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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한동훈 도의-신의 벗어난 정치, 원희룡은 윤심팔이”

입력 | 2024-06-29 01:40:00

[국민의힘 당권주자 인터뷰]
본인은 어떤 경쟁력 있나
“원외 당대표 국회 사이클 못따라가… 난 黨 떠난적도 없고 뿌리도 깊어”
대통령과 식사했다는데 화해했나
“현역 돌아왔으면 섭섭함 뒤로 하고 대통령 성공시켜야 재집권 가능”
선거때마다 나온다는 비판 있어
“굶은 선거 많았는데, 나쁜 프레임… 元과 단일화 없다, 국민과 연대할뿐”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나경원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나 의원은 “수도권 민심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며 “당의 뿌리가 깊은 사람이 이파리도 풍성하게 하고 외연 확장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원외 인사가 우리 당 대표가 되면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5분간 생중계로 연설하는 동안 밖에서 멀뚱히 있어야 한다. 그런 비대칭 전력을 감수해야 하는가.”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나경원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쟁 후보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모두 현직 의원이 아닌 점을 겨냥해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원외 당 대표는 국회의 업무 사이클을 함께할 수 없기 때문에 잘못된 전략적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나 의원은 22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서 생환해 5선에 성공했다.

나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을 향해선 “내가 주인공이고, 내가 잘나고, 대통령은 좀 뭉개도 된다는 식이면 대통령도 망하고 당도 망한다”고 직격했다. 원 전 장관을 향해서도 “독자적인 길을 못 가고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팔이를 한다”고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들이 당 대표가 되면 “당이 사당화, 대선 캠프화될 것”이라고도 했다.

나 의원은 자신이 반윤(반윤석열)과 친윤(친윤석열) 사이에 끼어 있다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보면 외로워 보일 수 있고, 반윤-친윤 간 계파 갈등이 심해지면 내 입지가 작아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내가 당을 통합하면 당이 건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27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 전 위원장이 사퇴 74일 만에 돌아왔다.

“(깊은 한숨을 쉬며) 이게 요새 정치인가. 예전 정치와 너무 다르다. 정치의 도의, 신의가 상식을 벗어났다. 크든 작든 책임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쉬는 게 정치의 상식 아닌가.”

―그럼에도 한 전 위원장의 ‘1강’ 형국이다.

“여론조사에서는 그런 평가를 받겠지만 당원들은 단순히 인기투표를 하지 않는다. 뒤집을 수 있다. 한 전 위원장은 발을 땅에 붙인 정치를 해보지 않았다.”

―나 의원의 대통령 및 친윤 그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우려도 있다.

“과거 연판장 사태는 다 잊었다. 어차피 큰 틀에서 우리는 하나가 돼야 한다. 대통령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절대 재집권하지 못한다. ‘당정 동행’이라 했는데, 너무 대통령을 팔아서도 안 되고 대통령과 충돌해서도 안 된다.”

연판장 사태는 지난해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 등 초선 의원 48명이 나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리며 나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막았던 일을 말한다.

―대통령과 식사했다고 알려졌는데 화해한 건가.

“화해하고 말고가 어디 있나. 내가 현역 의원으로 돌아왔으면 당연히 섭섭함과 사적인 감정은 뒤로하고 대통령을 성공시켜야 한다. 난 오히려 총선 때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강하게 충돌한 게 이해가 안 갔다.”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어떤 경쟁력이 있나.

“나는 원내대표로서 야당 시절 무기력했던 당을 깨워본 유일한 사람이다. 또 당에 대한 뿌리가 단단하고 깊다. 한 번도 당을 떠나지 않았다. 반면 원 전 장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제일 먼저 당을 떠났던 사람이다.”

―원 전 장관이 출마한다고 했을 때 당황했나.

“당황이 아니고 실망스러웠다. 처음부터 윤심팔이 하는 모습도 보기 안 좋았다. 원 전 장관은 전략적 판단을 잘못해 이길 수 없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고는 총선 때 당에 아무런 도움도 못 줬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발을 계양을에 묶어두지도 못했다. 이 전 대표가 선거 때 내 지역구(동작을)에만 8번을 오더라.”

―구도상 원 전 장관과 결선 투표에서든 결국 단일화하지 않으면 어려운 것 아닌가.

“단일화는 없다. 나는 국민과 연대할 뿐이다.”

나 의원은 앞서 원 전 장관을 “일부 친윤의 기획 상품처럼 등장한 후보”라고 지칭하며 “그런 후보와 연대할 생각도 없고 가능성도 없다”고 강하게 선을 그은 바 있다.

―‘나경원은 선거 때마다 출마한다는 속담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매번 출마한다고? 내가 굶은 선거가 얼마나 많은데. 난 정치를 시작해서 한 번도 게으르게 하지 않았다. 게으른 자들의 비판이거나, 출마자 중 늘 존재감이 있던 나에 대한 아주 나쁜 프레임이다.”

―원외 당 대표는 안 된다는 건 일방적 주장 아닌가.

“지금은 선거가 없는 때다. 국회 사이클로 여야가 수싸움을 벌여야 하는데 원외 당 대표는 잘못된 전략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내가 경험해 봤다.”

나 의원은 2018∼2019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시절 원외였던 황교안 대표와 호흡을 맞췄다. 당시 당 안팎에선 “황 대표가 즉흥적 삭발이나 단식으로 예상치 못한 파장을 일으킨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재명의 민주당’ 앞에 여당이 속수무책이란 지적이 있다.

“난 (총선 때 동작을에 8번 지원 간) 이재명에게 유일하게 이겨 본 사람이다. 방법을 찾겠다. 법안 숙려기간 무시 등 입법 폭주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구해볼까 한다. 강경투쟁도 필요하면 하겠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