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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승련]쉰 목소리와 어눌한 말투로 TV토론 완패한 바이든

입력 | 2024-06-28 23:21:00



100년 동안 미국 대통령 후보들은 경제 정책과 대외 전략과 함께 개인적 인품, 인생 역정을 기준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올 11월 대선을 앞두고 어제 CNN 본사에서 열린 첫 TV토론을 본 시청자들은 건강과 스태미나라는 새 기준을 떠올렸을 것이다.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전직 대통령으로는 132년 만에 재선에 도전하는 가운데 81세(바이든)와 78세(트럼프)의 초고령 경쟁이 본격 시작됐다.

▷TV토론을 누가 더 잘했느냐는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완승했다. 67% 대 33%. 승부는 두 후보의 목소리에서 갈렸다. 청소년 시절 말 더듬는 습관을 노력으로 극복했던 바이든은 유난히 더듬었고, 발음도 번번이 샜다. 잔뜩 쉬고 힘 없는 목소리에선 미국 대통령다운 단호함과 명료함이 안 보였다. 민주당이 토론 도중에 “감기 탓”이라고 해명을 내놓을 정도였다. 트럼프는 “방금 전 그 말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바이든 본인은 알까”라고 꼬집었는데, 바이든의 민주당 지지층도 반박하기 어려웠다.

▷악수도 없이 시작한 토론답게 두 후보는 후벼 파는 말을 앞세웠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성인물 여배우와 불륜을 저지르고 회삿돈을 꺼내 입막음용으로 준 사실을 상기시켰다. “당신은 아내가 임신한 그때 포르노 배우와 잤다”며 공화당 주류의 가족 중시 정서를 건드렸다. 또 “당신이 미군 전사자를 가리켜 썼던 호구(sucker)와 패배자(loser)는 바로 트럼프”라고 몰아세웠다. 대표적 신사 정치인인 바이든답지 못한 이런 강공은 곧 빛을 잃었다. 평소와 달리 비속어나 조롱성 발언을 절제한 트럼프의 변신이 더 눈길을 끌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멕시코 불법이민 등 정책 이슈가 나왔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도 바이든에겐 뼈아팠다. 트럼프는 늘 그렇듯 과장하고 왜곡해가며 “내 재임 시절 미국 경제가 최고였다”고 자랑했다. 이런 식의 왜곡은 미 언론이 수년간 팩트체크로 반박한 것이었지만, 바이든은 현장에서 반박할 능력이 없는 듯했다. 자신을 중국으로부터 돈을 받는 “만주(滿洲)의 대통령 후보”라고 부르는데도 별 대응을 못 했다. 하나하나가 바이든의 순발력과 집중력 부족을 부각시켰다.

▷미국 대선 TV토론은 1960년 처음 도입됐다. 당시 닉슨-케네디 중 승자는 젊은 상원의원 케네디 후보였다. “카메라 덕을 가장 크게 본 후보는 케네디”라는 말이 60년 넘게 힘을 얻고 있지만, 트럼프가 그 주인공이 될 듯하다. 바이든의 고민은 이제부터다. 삼삼오오 모여서 수군거리던 고령 문제가 공론의 장에 올려졌다. 같은 편인 민주당 지지층이 더 아우성이다. 통상적이라면 바이든이 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축제의 장이 될 8월 전당대회까지 민주당과 백악관은 큰 혼돈과 마주하게 됐다. 2차 TV토론은 9월 10일이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