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사회부장
“그 많은 생명이 사라지다니, 너무 안타까워요. 그런데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한국인이 이렇게 많이 죽었으면 정말 난리가 났을 거 같아요. 외국인이라 그나마….”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옆 테이블에 있던 직장인들의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 24일 외국인 18명을 포함해 23명이 숨진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공장 화재 이야기였다. 내국인과 외국인 간 차별을 두는 인식이 은연중에 배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 역시 매일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접하며 보도 여부를 두고 경중을 따질 때, 외국인 근로자 사고는 내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을 낮춰 생각하곤 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죽음이 일상이 됐을 만큼 수시로 발생함에도 말이다. 두 달 전 끔찍하게 세상을 떠난 태국 출신 근로자가 다시 생각났다.
산재 사망자 10명 중 1명은 외국인
지난해 국내 전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812명) 중 외국인 근로자는 85명(10.4%)에 달했다. 올해는 213명 중 24명(11.2%·3월 기준)이다. 사고 사망 근로자 10명 중 1명 이상이 외국인인 셈이다. 외국인이 산업 현장에서 사망하면, ‘언어나 소통 문제로 내국인에 비해 각종 사고 등 위기 대응에 미흡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쑤친 씨는 한국말을 곧잘 했다. 화성 화재로 사망한 라오스 국적 숙사완 말라팁 씨도 한국어에 능통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단순히 언어나 소통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자신들이 산업 현장의 안전 정보에서 소외되는 것이 문제라고 하소연한다. 한 외국인 근로자는 “말이 통해도 안전 관련 정보를 접할 기회가 한국인 근로자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차별을 느낀다”며 ‘내부 청소 시 알림 장치’, ‘청소 시 외부에서 기계를 작동시킬 위험’ 등 충분한 정보가 있었다면 (쑤친 씨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화성 공장 참사도 마찬가지다. 배터리에서 첫 폭발이 일어나자 근로자들은 주변 물건부터 옮기려 했다.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지만 불길은 더 커졌다. 출입문 반대쪽으로 대피했다가 연기를 흡입해 전원 질식사했다. 리튬은 연소할 때 물과 닿으면 불화수소 가스가 발생하며 폭발한다. 리튬의 성질과 대응 방법을 숙지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외국인 근로자=일회용’ 인식 바꿔야
김윤종 사회부장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