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 얼굴이 단독으로 새겨진 배지.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공식 석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얼굴이 단독으로 새겨진 배지(초상휘장)가 30일 처음 공개됐다. 최근 김 위원장이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선대 신격화에 힘을 빼고 자신을 우상화하는 작업에 나선 가운데, 이 역시 이러한 기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 초상휘장은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 2일차(29일) 회의 사진에 처음 등장했다. 전원회의 참석 간부 전원이 배지를 왼쪽 가슴 위에 달고 나온 것. 이 사진들은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실렸다. 김 위원장 초상휘장은 김정일 사후인 2012년 제작됐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이를 북한 내부에서 착용하는 모습은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2일회의가 지난 29일 진행됐다”라고 보도했다. 발언을 하고 있는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 가슴에 김정은 ‘초상휘장’이 부착돼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백두혈통 김씨 일가 우상화의 핵심 도구인 초상휘장은 북한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반드시 왼쪽 가슴 위에 달아야 한다. ‘김일성 배지’는 그가 58세 되던 1970년에, ‘김정일 배지’는 그가 50세 되던 1992년에 처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김정일이 사망한 뒤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가 함께 들어간 배지를 착용해왔다.
이날 북한 최고위층 간부들이 김일성-김정일 얼굴이 없는 김 위원장 단독 초상휘장을 달고 나온 건 집권 10년을 넘긴 김 위원장이 앞으로 독자 우상화에만 전념할 것임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조만간 이 배지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배포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선대의 후계자가 아닌, 최고지도자로서의 홀로서기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초상휘장에 이어 우상화의 정점으로 볼 수 있는 동상 등 대형 조형물을 제작하거나 노동당 규약이나 헌법 등에 김 위원장 우상화 기조를 반영하는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