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에게 듣는 민주당의 길 이재명 대표가 거취 상의하는 사이… “수권정당 위해 국민 목소리 전달” “국회 일방운영 안돼, 오만은 망하는 길… 민주당만으로 할 수 있는 것 없어” “李대표, 열성 당원 설득 리더십 보여야… 보수정책도 수용, 실력 보여야 집권”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국회는 일당독재 체제가 아니다. 일방적인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며 “오만은 망하는 길이다. 수권정당으로 가기 위해 민주당이 국민 앞에 겸손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5선)은 지난달 28일 인터뷰 전날 저녁에도 이재명 대표와 통화했다. 통화 당시 함께 있었던 사람들은 정 의원에게 “진짜 친명 좌장이시네”라고 했다. 정 의원에겐 ‘7인회 출신 원조 친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정 의원(63)이 이 대표보다 두 살 많은 형 동생 사이일 뿐 아니라 서로 인간적인 신뢰가 두텁다. 이 대표는 정 의원과 자주 연락하고 의견을 묻는다. 친명 핵심들이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 4월 총선 이후에도 이 대표는 정 의원과 만나 민주당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장시간 얘기했다. 정 의원이 5월 국회의장 민주당 경선에 불출마한 뒤에도 두 사람이 만나 당내 상황과 국회 운영 방안에 대해 긴 시간 대화를 나눴다.》
당시 이 대표는 연임 여부에 대해서도 정 의원에게 물었다. 자신의 거취를 상의할 정도로 신뢰한다는 얘기다.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이 대표가 어려워하는 형이었지만 정 의원은 “이 대표를 존경한다”고 스스럼없이 얘기한다. 그는 “내가 신뢰하는 걸 아니 이 대표도 내가 무슨 얘기를 해도 이해해준다. 이 대표를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고 했다.
정 의원은 민주당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직언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이 때문에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로부터 비명계를 비하하는 표현이었던 “수박” 비난을 듣고 있다. 정 의원 휴대전화로 욕설 문자를 보내고 사무실로도 전화해 욕한다고 한다.
“문자 폭탄에 전혀 신경 쓰지는 않습니다. 강성 지지층의 비판을 받지만 사익이나 자리를 탐하려는 게 전혀 아니니까요.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국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책임이 국회의원에게 있지 않습니까.”
그는 “나는 체질적으로 비주류다. 당권이나 권력 가진 사람에 대한 맹목적 거부가 아니라 상식과 합리에 기반해 문제를 지적하려는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이 대표 체제 전까지 민주당의 대표적인 비주류였다.
―이 대표와 연임에 대해 어떤 얘기를 나눴습니까.
“연임하면 이재명 일극체제로 간다는 비판이 나올 것이지만 그럼에도 이 대표가 가장 확고한 리더십과 구심력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연임이 불가피하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얘기했습니다.”
“무리한 비판입니다. 유 전 사무총장 등이 하는 말은 이재명 일극체제 들러리 서는 것 아니냐는 것인데 이 대표가 의도적으로 만든 상황은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이 대표가 연임한 뒤 어떻게 당을 운영할 것인지, 어떤 리더십을 보일지이지요.”
―어떻게 해야 ‘일극체제’ ‘사당화’ 우려나 비판을 극복할 수 있습니까.
“민주당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 수권정당 모습을 갖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신뢰를 받기 위해 민주당이, 민주당 의원들이 가져야 할 태도는 겸손입니다.”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민주당이 보인 모습은 오만해 보인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의석수로 밑어붙이는 일방적 독주 같습니다.
“국회는 일당독재 체제가 아닙니다. 일방적으로 가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됩니다. 그래서 협치를 강조하는 겁니다. 우리 민주당이 정부 여당과 소통하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겸손한 태도입니다. 제가 협치 얘기하면 ‘수박’ 소리 듣지만 국회는 협의제 기구입니다.”
―최근 법사위에서 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과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 간 설전처럼 코미디 같은 일도 벌어졌습니다.
“수권정당으로 가려면 민주당이 보이지 않아야 할 모습입니다. 불필요한 일이죠.”
―국민들은 태도로 평가합니다.
“사실 태도가 본질입니다. 본질이 태도로 나타나는 거예요. 위원장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여당이 윤리위 제소하겠다고 하는데, 싸움은 똑같은 사람들끼리 하는 겁니다. 악순환이죠.”
―민주당은 또 뭘 보여줘야 합니까.
“실력입니다. 민주당이 혁신해서 다수 국민들의 뜻에 맞는 정책을 제대로 준비해야 합니다. 진보정당이 보수 정책도 필요하면 수용해야 합니다. 그래야 과거와 다른 정책 역량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국회에서 장관에게 호통 치는 모습이 아니라 정부 실무자를 찾아 목소리를 듣고 대안을 만들고, 그걸 가지고 정부 여당과 협상하는 실력을 보여줘야 집권할 수 있습니다.”
―협치 얘기하면 ‘수박’ 소리 듣는데 이 대표 강성 지지층들이 가만있을까요.
“여야가 강하게 부딪치는 법안은 국회 제출 법안의 5%도 안 됩니다. 이 대표 연임 뒤 종부세, 상속세 등에서 당내에서, 또 지지자들 의견이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의원들과 열성 당원들을 설득할 사람은 이 대표밖에 없습니다.”
―이 대표가 욕을 먹더라도 강성 지지층을 설득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민주당 의원들도 당원과 지지자 지지로만 당선된 건 아니에요. 저를 찍은 분들도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뿐 아니라 중도적인 국민들이 많이 있어요.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윤석열 정권에 실망한 분들이 민주당을 신뢰할 수 있도록 확신을 줘야 합니다.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 가운데 나라를 걱정하는 분들의 마음을 얻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대표가 협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필요합니다.”
정 의원은 “강성 지지층 견해가 국가 공동체 전체 이익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이 대표가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 신명(신친명)들이 이 대표 호위무사 친위부대처럼 행동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 대표 덕분에 대부분 당선됐으니 당원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지지자들만 바라보는 정치를 해선 안 됩니다. 국가공동체를 생각해야죠.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만 보며 정치적 판단을 한다’는 비판도 있지 않습니까.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민주당도 그러면 안 됩니다.”
―최고위원 출마자들이 ‘명비어천가’만 부른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왜 자신이 최고위원으로 나왔는지, 민주당이 앞으로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지, 어떻게 수권 역량을 길러낼지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고 평가받으며 경쟁해야 합니다.”
―민주당 지지율이 박스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한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이 윤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와 비슷합니다. 이제 민주당은 윤 대통령 심판론 혜택을 보는 데만 그치면 안 됩니다. 다수당으로서 성과를 내야 하고 성과를 내려면 협치를 해야 합니다.”
정 의원은 이 대목에서 “겸손한 태도를 말씀드렸다. 우리가 마치 집권한 세력처럼 행동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집권당 세력처럼 행동하면 안 된다는 것이 어떤 뜻입니까.
“국정 운영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과 집권당이 갖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민주당이 다수당이지만) 민주당만으로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우리가 집권당이 아닌데 집권당처럼 하면 안 됩니다. (다수당이 된) 효능감을 지지자들에게 보여주려면 민주당만으로 다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설득하고, 협치해야 할 사안은 협치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면서 집권당 대통령의 변화를 요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수권 정당이 됩니다.”
―윤 대통령은 어떻게 변해야 합니까.
“여당 변화는 결국 대통령의 변화입니다. 야당과의 관계에서 대통령이 여당을 자유롭게 풀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대통령 눈치 안 보고 여당이 야당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이 대표가 앞으로 어떤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지 물었다. 정 의원은 “유능한 혁신”과 “포용” 두 가지를 들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일 때 인기가 높았던 건 혁신적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했고 거기에 국민들이 박수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포용입니다. 사실 이 대표가 그동안 반대자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물론 당내 비주류들이 이 대표에 대한 선입견만으로 비판하는 측면이 있었죠. 그럼에도 이 대표가 좀 더 반대자에 대해 포용력 있는 리더십을 보여야 합니다. 협치도 포용에서 나옵니다.”
정성호 의원 프로필△강원 출생(63) △대신고, 서울대 법대 졸업
△사법연수원 18기
△제17·19·20·21·22대 국회의원
(2004∼2008년, 2012년∼현재)
윤완준 정치부장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