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그렇다면 폭식은 왜 이렇게 강렬한 감정과 연결되는 걸까? 진료실에서는 섭식장애를 앓고 있거나, 질환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식이 행동과 연결된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을 자주 만난다. 그 스트레스의 핵심은 체중 증가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이다. 객관적으로 저체중임에도 식사를 제한하다 사망에까지 이르기도 하는 신경성 식욕부진증, 일반 체중 범위를 유지하지만 폭식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으로 과도하게 운동을 하거나 구토나 설사를 일부러 유발하는 신경성 폭식증, 이 두 질환 모두 체중 증가에 대한 엄청난 공포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고, 다이어트를 시도한다고 누구나 다 섭식장애로 이어지는 것은 단연코 아니다. 타고난 생물학적인 부분과 심리적인 부분이 결정적 요인들이다. 앞서 말했듯 불안 수준이 높고 예민하고 완벽주의적 기질을 가진 사람들, 어릴 적부터 타인의 신경을 많이 쓰고 평가에 예민한 사람들이 더 취약하다. 이런 분들이 어떠한 계기를 통해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지나칠 정도로 강박적으로 매달리게 되는데, 제대로 된 영양섭취가 되지 않으니 세로토닌(체온, 기억, 정서, 수면, 식욕, 기분 조절에 기여하는 신경전달물질)도 부족해지고 뇌 기능의 변화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폭식은 정말로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건강과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는 폭식 행동에만 집중해서는 치료가 되지 않는다.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자존감, 자아정체성 문제, 부모와의 심리갈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 다양하고 거대한 심리적 문제들을 다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길 바란다.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2017년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2019년 1월부터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을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6월 30일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22만2000명이다. 에세이 ‘어쩌다 정신과 의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