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400만 명이 넘었던 부산의 인구는 현재 329만 명이다. 서울에 이어 ‘2대 도시’ 타이틀을 유지하곤 있지만 얼마 전 인천도 300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엔 반갑지 않은 소식이 하나 더 늘었다. 부산이 전국 7개 특별·광역시 중 처음으로 ‘소멸위험’ 단계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소멸위험 지역이란 개념은 일본의 사회학자가 만든 것으로 우리 통계청도 2016년부터 쓰기 시작했다. 부정적 뉘앙스 탓에 소멸이란 단어가 적절하냐는 논란도 있지만 인구 감소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지역의 소멸위험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는 출산 적령기(20∼39세) 여성이 얼마나 살고 있느냐이다. 이 인구를 노인(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눈 값이 소멸위험지수다. 2030 여성 인구가 노인 인구의 절반이 안 되면, 즉 0.5 이하이면 소멸위험에 진입한 것으로 분류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의 소멸위험지수는 0.49다. 서울(0.81) 경기(0.781) 인천(0.735)에 비해 크게 낮다.
▷부산 같은 대도시라도 일자리나 아이 키울 환경 등 청년들이 뿌리내릴 여건이 취약해지면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이번 보고서가 던지는 경고다. 보고서에는 또 하나 눈에 띄는 게 있는데 부산 해운대구마저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해운대에는 대형 쇼핑몰과 문화시설, 초고층 빌딩이 많아 젊은층이 선호할 것 같지만 임차료와 주거비가 비싸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일자리 부족도 문제지만 지역 내 양극화가 심하면 청년들이 발붙이기 힘들다.
▷지방의 쇠락을 막지 못하면 저출산 해결도 어려워진다. 지방에선 청년들 자체가 적어서, 수도권에선 전국에서 모여든 청년들이 먹고살기 바빠서 결혼·출산이 쉽지 않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보고서를 보면 출산율을 올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 수도권 집중 완화다. 우리의 도시 인구 집중도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준(우리의 22%)으로 낮추는 게 저출산 관련 정부 지출이나 육아휴직 사용률을 OECD 평균으로 끌어올리는 것보다 각각 8배, 4배 높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산 같은 대도시가 활력을 찾지 못하면 다른 저출산 대책에 아무리 많이 투자해 봐야 소용이 없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