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24 16강서 덴마크 2-0 격파 잉글랜드 아닌 독일 택한 무시알라 후반 23분 추가골… 득점 공동선두 디펜딩챔피언 이탈리아는 8강 좌절
독일 축구 대표팀의 저말 무시알라(왼쪽 10번)가 30일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덴마크와의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16강전 후반 23분 2-0을 만드는 골로 이어진 오른발 슈팅 후 공의 방향을 주시하고 있다. 도르트문트=AP 뉴시스
“저말 무시알라의 빛나는 활약은 잉글랜드엔 씁쓸한 일이다.”
영국 BBC는 30일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16강전 독일-덴마크 경기 결과를 다루면서 이렇게 전했다. 이날 독일은 후반 8분 카이 하베르츠(25)의 페널티킥 골과 후반 23분 무시알라(21)의 추가 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대회 세 번째 골을 기록한 ‘신성(新星)’ 무시알라는 기오르기 미카우타제(조지아)와 득점 공동 선두가 됐다. 무시알라는 유로 2004 당시 19세로 4골을 넣은 웨인 루니(잉글랜드)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3골 이상을 넣은 선수가 됐다.
유로 2024 개최국 독일은 무시알라 등의 활약에 힘입어 2016년 대회(4강) 이후 8년 만에 8강에 올랐다. 독일이 메이저대회 토너먼트 라운드에서 이긴 것도 유로 2016 이후 처음이다. 독일은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유로 2020에선 토너먼트 라운드 첫판인 16강에서 멈췄다.
무시알라는 독일인 어머니와 영국·나이지리아 국적을 가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 때문에 독일과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복수 국적자인 무시알라를 자국 성인 대표팀에 합류시키기 위해 한때 경쟁하기도 했다. 무시알라는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축구를 본격적으로 배운 곳은 잉글랜드다. 7세 때 잉글랜드로 이주한 그는 사우샘프턴, 첼시 등 잉글랜드 클럽 유소년 팀에서 성장했다. 15세 이하 대표팀을 시작으로 연령별 대표팀에서 뛸 때도 주로 잉글랜드(23경기)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룸메이트가 올해 유로에 참가한 잉글랜드 대표팀 간판스타이자 동갑내기인 주드 벨링엄이다. 무시알라를 눈여겨본 독일이 16세 이하 대표팀에 그를 뽑기도 했지만 2경기를 뛰는 데 그쳤다.
무시알라(왼쪽)의 잉글랜드 연령별 대표팀 시절 모습. 무시알라 옆은 이번 유로에 잉글랜드 대표팀으로 참가 중인 주드 벨링엄. 사진 출처 무시알라 인스타그램
잉글랜드 성인 대표팀 발탁이 유력해 보였던 무시알라는 18세이던 2021년 예상 밖의 선택을 했다. “대부분의 추억은 잉글랜드에 있지만, 태어난 나라를 대표하는 게 맞다”며 앞으로는 독일을 대표해 뛰겠다고 알린 것이다. 이런 선택을 한 배경엔 독일 명문 클럽 바이에른 뮌헨이 있다. 2019년 무시알라를 유소년 팀에 영입한 뮌헨은 이듬해 그를 독일 분데스리가에 데뷔시켰다. 무시알라가 17세였을 때인데 당시로선 뮌헨 구단 역대 최연소 1부 리그 데뷔였다. 당시 뮌헨에서 뛰고 있던 독일 선수들이 무시알라가 독일 국가대표를 선택하도록 설득했다고 한다.
유로 2024에서 독일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은 2021∼2023년 뮌헨 사령탑으로 무시알라를 지도했다. 무시알라를 꾸준히 주전으로 내세워 경기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도운 나겔스만 감독은 “무시알라는 몸 안에 자석이 있는 것처럼 공을 잘 다룬다. 엄청난 재능을 가진 선수”라고 했다.
이탈리아는 이날 16강전에서 스위스에 0-2로 패했다. 이로써 토너먼트 라운드 진출 팀이 8개에서 16개로 늘어난 유로 2016 이후 직전 대회 우승국이 다음 대회 16강에서 탈락하는 징크스가 이어졌다. 유로 2016에선 스페인, 유로 2020에선 포르투갈이 디펜딩 챔피언으로 16강에서 탈락하는 쓴맛을 봤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