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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시작…반지하 ‘곰팡이’ 기승에 폐렴 등 우려

입력 | 2024-07-01 14:18:00

반지하 주민 "곰팡이 안 빠져 폐렴 걸려"
곰팡이, 높은 습도·결로 현상으로 증식
반지하, 구조상 환기·채광 어려워 습도↑
전문가 "환기 및 방습재로 내부 도배 必"
서울시, 57가구 대상 주거 환경 개선 나서



ⓒ뉴시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만난 차모(29)씨는 1일 뉴시스와 만나 “반지하에서 1년간 살며 곰팡이가 빠지지 않아서 폐렴에 자주 걸린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럼에도 벗어날 수는 없다더라. 가난 때문에”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반지하 사는 사람들의 민원 10건 중 2~3건이 곰팡이”라며 “햇빛이 들어와야 곰팡이가 안 생기는데 반지하는 다가구주택이다 보니 집이 맞물려 있어서 채광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지하 세입자가 장마철 불청객인 곰팡이와의 동침을 “(어쩔 수 없이) 참고 사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말부터 전국이 장마철에 돌입하며 습도가 높은 반지하에 곰팡이가 기승을 부리며 거주민들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곰팡이 포자가 쉽게 번식하기 때문이다.

임영운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곰팡이가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온도를 ‘25도 이상’으로 꼽고 “습도가 높으면 (증식하는 데) 최상의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장마로 이러한 환경이 조성되면 “2~3일 만에 곰팡이가 온 방을 다 덮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환경이 조성되는 대표적인 장소가 반지하다. 구조적으로 환기가 어렵고 햇빛이 잘 들지 않다 보니 곰팡이가 증식한다는 것이다.

‘결로 현상’ 역시 장마철 반지하에서 곰팡이가 기승을 부리는 원인이다. 결로 현상은 외부 냉기가 유입되는 표면에 실내 수증기가 응결해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이다. 실내외 온도·습도 차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으로, 천장·외부 누수 등으로 이어져 곰팡이가 증식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반지하 원룸 등은 환기가 어려울 뿐더러 방수 도배도 미비한 까닭에 내부의 물기가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다. 좀처럼 내부 습도가 낮아지지 않는 반지하에서 곰팡이가 계속 자라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반지하 주민은 여름철마다 곰팡이로 홍역을 치른다.

임 교수는 “무성 생식한 곰팡이들이 호흡할 때 인체에 들어가면 굉장히 좋지 않다”며 “아스퍼질러스(누룩곰팡이)나 푸른곰팡이는 폐렴이나 간암을 유발한다는 얘기도 있다. 장롱이나 벽지에 들러붙어 섬유 등 옷에 번질 수 있다”고 했다.

임 교수는 곰팡이 증식을 막으려면 “환기를 잘 하는 게 중요하다”며 “집안을 건조하게 유지하는 게 가장 좋다”고 제언했다. 이외에도 그는 ‘방습재를 통한 방 내부 도배’ ‘실리카젤의 벽면 흡착’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다만 장마철에 곰팡이로부터 벗어나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장마로 인해 높은 습도가 한동안 지속돼서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 분석관은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장마 기간 비가 내리고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로 수증기가 유입되면 상대 습도가 높아진다”며 당분간 높은 습도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주택건축소식’에서 반지하 주거환경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앞서 시는 지난 2022년 11월부터 중증 장애인이 거주하는 반지하 주택을 수리하기 시작했다. 시는 올해 6월까지 한국해비타트 등 유관기관과 누수 및 습기 등으로 벽지·장판에 곰팡이가 발생한 57가구를 대상으로 주거 환경 개선 공사를 완료한 바 있다.

올해에도 시는 민간기업과 함께 ‘주거안심동행 민관협력사업’으로 반지하 등 취약계층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곰팡이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