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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스냅’에 붙잡힌 동작대교 엘리베이터…“촬영 금지됐다”

입력 | 2024-07-01 14:18:00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동작대교 남단 엘리베이터. 게티이미지


서울 한강 동작대교 엘리베이터에서 촬영하는 웨딩 스냅 사진이 인기다. 원통형 유리로 된 이 엘리베이터에서 사진을 찍으면 탁 트인 한강 전망이 배경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시설인 승강기를 일부러 붙잡은 채 사진 찍는 이들이 늘어나자, 시민들의 불편 민원이 잇따랐다. 결국 서울시는 본격 제재에 나섰다.

최근 사진작가 A 씨는 인스타그램에 “몇 명의 이기심 때문에 결국 동작대교 촬영이 금지됐다”는 글을 올렸다.

A 씨는 “저는 지난해부터 동작대교에서 촬영하면서 엘리베이터를 붙잡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그런데 이번에 엘리베이터에서 촬영하자마자 ‘엘리베이터 좀 잡고 촬영하지 말라’고 욕부터 먹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너무 억울하지만 당황스러워서 말도 안 나왔다”며 “저는 모델들에게 미리 말씀드린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다시 와주시면 된다고. 그런데 요즘 부쩍 동작대교 인기가 많아지면서 이기적인 사람들이 생겼나 보다”라고 했다.

이어 “동작대교 엘리베이터는 러닝, 카페, 산책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이다. 일부 이기적인 사람들이 마치 대관한 것처럼 엘리베이터를 잡고 촬영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며 분노했다.

A 씨는 “결국 이렇게 ‘모든’ 사진작가만 욕을 먹게 되는 거다. 사진작가분들이 본인 생각만 해서 공공시설을 본인만의 촬영 스튜디오로 이용하시면 모든 곳이 촬영금지 장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짜 적당히 하자. 시민 모두가 쓰는 장소이니 배려하고 존중하며 촬영하도록 하자. 제발 꼭 부탁드린다”며 동작대교 남단 엘리베이터에 붙은 안내문을 공유했다.

안내문에는 ‘동작대교 남단 엘리베이터 이용 에티켓’이 적혀 있다. ‘엘리베이터를 붙잡지 말아달라’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달라’ ‘화장실은 1층 공원 공용 화장실을 이용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미래한강본부는 이 같은 안내문을 엘리베이터 원통형 유리 사방에 부착했다. 현장 계도에도 나섰다.

동작대교 남단 엘리베이터에 붙은 안내문. 인스타그램 캡처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적절한 조치다. 엘리베이터는 촬영 장소가 아니라, 한강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한 편의 시설이다” “웨딩 스냅 찍던 커플 남자분이 사진작가랑 같이 엘리베이터 문을 막은 채 ‘촬영 중이라 계단 쓰라’고 했던 적도 있다” “몇몇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많은 분이 촬영이라는 이유로 시민들에게 피해를 끼쳤을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