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1~2인 가구 시대…‘소용량’ 인기
유통가에서 ‘소분(小分) 경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30뿐 아니라 60대 이상 1인 가구 수가 최근 5년간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고령층이 자주 찾는 유통 채널에서도 판매 단위를 줄인 상품을 내놓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 대량 구매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대형마트는 과일, 채소 등을 작게 나눠 팔고, 소비자들은 대용량 제품을 함께 구매해 나눠 갖는 ‘공구(공동구매)’를 하기도 한다.
소분 판매를 통해 재고 소진을 노리는 전통시장 상인들도 있다. 작게 나눠 팔면 더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아, 오히려 빠르게 재고를 다 팔 수 있을 것으로 봤던 것이다.
소분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전통시장에서 소분 제품이 등장한 것은 1인 가구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1인 가구는 약 750만2000가구로 전체의 34.5%로 역대 최대 비중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평균 가구원 수도 2.2명으로 2년 새 0.1명 줄었다.
특히 1인 가구 가운데 60대 이상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8년 33.2%에서 2022년 35.3%로 2.1%포인트 늘었다. 전통시장의 주된 소비층으로 여겨지는 고령층 1인 가구 증가는 시장 속 소분 경제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해 많이 사서 많이 소비하는 이전의 식품 소비 방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마트에서도 소분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달 25일 오후 퇴근 시간대인 7시 경 경기 고양시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1.8kg 양파가 진열된 매대 건너편에 2개입 양파가 나란히 놓여있었다. 이날 2개입 양파를 집어든 직장인 이모 씨(30)는 “혼자 사는 집에 1.8kg를 집어봤자 다 먹지 못하고 버리기나 할 것”이라며 “상하기 쉬운 야채나 과일은 조금씩 사서 그때그때 먹는다”고 말했다.
정환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1인 가구 증가, 고물가 등 변화하는 사회상이 유통가에 자연스레 반영된 것”이라며 “최종 소비자들이 원하는 단위로 판매될 수 있도록 중간 유통 상인들이 ‘소분’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이민아 기자 om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