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2만 육박… 작년보다 35.7% 늘어 업계 “연말까지 총 30만명 응시할 듯” 진입장벽 낮아 불황속 취업수요 몰려 카드설계사는 2019년이후 58% 감소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15년간 카드 모집인 업무를 해왔던 노모 씨(48)는 일을 관두고 이달 초 실시될 예정인 보험설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신규 카드 발급이 줄어들면서 월급을 200만 원도 받지 못하는 달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보험설계사로 활동하며 남편보다 많이 버는 지인들이 주변에 제법 있다”며 “더 늦기 전에 하는 일을 바꾸기 위해 자격증 강의를 듣는 중”이라고 말했다.
노 씨처럼 보험설계사 시험을 치르려는 응시자 수가 약 10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황 속에 당장 일자리를 구하려는 경력단절자들이 급증한 데다 영업 현장에서 설계사들을 여전히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실이 생명·손해보험협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5월 보험설계사 시험 응시자 수는 2만4846명으로 집계됐다. 협회 관계자는 “월 단위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는 10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라며 “설계사 시험이 처음 실시된 지 50년이 넘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오히려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보험설계사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 당장 일자리를 구하려는 무직자, 경력단절자들의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소득을 거두는 ‘N잡러’들이 뛰어드는 경우도 많다. 한 법인보험대리점(GA) 대표이사는 “경력이 단절된 중장년층과 주부들이 설계사 업무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며 “다른 직업에 비해 자격증 취득이 쉬워 설계사를 두 번째 직업으로 삼으려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도 제법 있다”고 말했다.
보험은 예·적금이나 펀드, 카드 등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복잡하고 어려워 대면 상담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올 1월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한 금융상품 가입 비중은 생명보험사 0.6%, 손해보험사 6.2%로 은행(74.7%), 증권·자산운용사(83.6%) 등에 비해 크게 낮았다.
중견기업에 다니며 보험설계사 시험을 준비 중인 한모 씨(38)는 “사람을 살갑게 대하는 자세와 상품 이해도만 갖추고 있다면 일한 만큼 벌 수 있는 직업이라고 판단해 부업으로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마트, 지하철역, 영화관 등에서 고객을 유치하는 카드 설계사(모집인)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전업 카드사들의 모집인 수는 4768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말(1만1382명) 대비 58.1% 감소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