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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 ‘퍼펙트 데이즈’로 韓 관객 만났다

입력 | 2024-07-01 18:49:00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공중 화장실 변기 아래. 일본 도쿄 시부야의 공중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야쿠쇼 코지)는 마치 자신의 집 화장실 변기인 양 정성을 다해 솔질한다. 맡은 모든 화장실을 청소한 뒤 집에 돌아온 그는 깨끗하게 씻고 이부자리를 편다. 작은 스탠드를 켜고 포크너의 책을 읽은 뒤 잠이 든다. 또다시 시작된 아침, 히라야마는 정성스레 키우는 화초에 물을 주고 자판기 음료를 마신 뒤 새벽 출근길을 나선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코모레비(木漏れ日)’ 같은 충만한 하루의 시작이다. 작은 것이라도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간결하고 단정한 삶. 그러한 태도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영화 ‘퍼펙트 데이즈’가 3일 개봉한다. 개봉에 앞서 히라야마를 연기한 일본의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68)를 이메일로 만났다. 그는 이 영화로 지난해 제76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쉘 위 댄스’(1996년) ‘실락원’(1997년) 등으로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그는 ‘일본의 안성기’라고도 불린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 에서 공중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야쿠쇼 코지)가 하루를 마무리하며 책을 읽고 있다. ㈜티캐스트 제공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소감은?

“상을 받고 지난 1년 동안 작품과 함께 많은 나라를 여행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영화팬들이 이 영화를 보고 기뻐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배우 인생을 이어 나갈 용기를 얻었습니다. 아시아의 영화 강국 한국의 영화팬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봐주실지 두근두근합니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공중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의 하루를 따라가는 단조로운 영화입니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습니까?

“도쿄 시부야구의 ‘THE TOKYO TOILET 프로젝트’(공중화장실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중화장실을 무대로 한 단편영화와 사진집을 제작한다는 기획을 듣고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런 기획은 일본 영화사라면 웬만해서는 통과되지 않을, 평생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모험과 같은 기획입니다. 제작사가 ‘화장실을 무대로 한 청소부의 이야기를 만들어 달라. 그 밖에는 자유롭게 해도 좋다’고 했는데 꿈만 같은 기획이었습니다. 배우로서 ‘이런 영화가 나오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라면 선택합니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 에서 공중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를 연기한 배우 야쿠쇼 코지.  ㈜티캐스트 제공


―히라야마가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고 경건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실제 청소부께 청소 방법과 사용자들에 대한 대처방법,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지도를 받았습니다. 빈말이겠지만 ‘지금 당장 ‘THE TOKYO TOILET 프로젝트’ 청소부로 투입시키겠다’고 해 주셨습니다. 외국 관객들이 봤을 때 ‘감독이 일본의 화장실 청소부를 스카우트해서 영화를 찍었다’고 생각할 만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것이 저의 이번 촬영 테마였습니다.”

―히라야마는 작은 것에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입니다. 언제 행복하다 느끼십니까?

“히라야마는 하루 하루 매순간을 소중하게, 만족하면서 생활하는 ‘만족을 아는 남자’입니다. 제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작품이 크랭크업을 한 날 밤에 ‘아아, 내일은 일찍 안 일어나도 된다. 아아 끝이다, 끝났구나’하며 잠자리에 들기 전에 또 (술)한 잔 마실 때가 아닐까 싶네요.”

영화 ‘퍼펙트 데이즈’ 에서 공중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를 연기한 배우 야쿠쇼 코지.  ㈜티캐스트 제공


―코지 배우의 ‘퍼펙트 데이’는 언제입니까?

“배우로 살아가는 한 완벽한 하루라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완벽에 다가가기 위해 지금까지 살아온 것 같습니다. 배우를 은퇴하고 ‘자 오늘은 무얼 하지?’하고 날마다 정할 수 있게 된다면 그날에 만족하고 잠자리에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는 아둥바둥 몸부림치는 삶을 살아가겠지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코지 배우를 ‘무슨 역할을 해도 정말 그 인물처럼 보이는 배우’라고 표현했습니다.

“지금까지 저와 비슷하다고 느낀 배역은 하나도 없습니다. 각본가가 쓴 캐릭터를 다방면으로 열심히 연구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 에서 공중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를 연기한 배우 야쿠쇼 코지.  ㈜티캐스트 제공


―70대에 곧 접어드는 나이가 됐습니다. 연기 인생의 소회가 궁금합니다.

“체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걸 느낍니다. 굴하지 않고 실제 나이보다 나은 체력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고 싶습니다. 역할은 작품에 맞게 주어진 소임을 다하고 싶고요.”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