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가 만난 사람] 박희윤 HDC현대산업개발 본부장 日서 도시-지역재생 연구한 전문가… “日, 부동산 버블 붕괴 후 특단 대책 민간디벨로퍼와 함께 고밀도 개발… 국내도 통합 개발때 인센티브 필요”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용산점의 녹지공간 ‘더 가든’에서 만난 박희윤 HDC현대산업개발 전무. 그는 일본 아자부다이힐스(아래쪽 사진)처럼 녹지를 중심으로 한 복합 개발이 미래 트렌드라고 내다봤다. 김동주 zoo@donga.com / 도쿄=이축복 기자
서울지하철 1호선 용산역과 바로 연결된 아이파크몰 용산점 ‘더 가든’. 인근 주민은 물론이고 열차를 기다리는 이들도 자유롭게 와서 즐기는 893m²(약 270평) 규모의 중앙공원이다.
지난달 19일 이곳에서 만난 박희윤 HDC현대산업개발 개발본부장(전무)은 “최근 도시 개발 키워드는 바로 이런 ‘관계 맺는 녹지’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문을 연 ‘아자부다이힐스’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방문한 것을 비롯해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도시 계획 관계자들이 반드시 둘러보는 현장으로 꼽힌다.
일본 최고 높이 330m 타워와 일자리, 주거, 놀거리 등이 복합 개발된 아자부다이힐스는 녹지 면적이 2만4000m²로 전체 대지(8만1000m²)의 30%에 이른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비슷한 크기인 이곳의 중앙광장(약 6000m²)에는 영국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의 작품 ‘더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거닐기 좋은 녹지 공간이 조성돼 있다. 옥상정원을 비롯해 과일나무 11종과 채소를 기르도록 해 지역 커뮤니티도 유도했다. 박 본부장은 “아자부다이힐스는 고저차가 있는 지형을 살려 땅을 녹지화함으로써 동네 전체에 활력을 찾아주는 도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박 본부장은 “일본의 도시 개발 성공 비결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민간과 공공이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 후 타개책으로 2002년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을 만들었다. 도쿄 마루노우치역 건물을 보존하되 이 건물에 허용된 용적률을 인근 다른 건물에 넘겨줄 수 있도록 해 고밀도 개발의 물꼬를 텄다. 인근 도라노몬 지역은 국가전략특구로 지정해 용적률 완화, 금융·세제 지원 등을 했다. 도라노몬힐스 모리타워(2014년), 비즈니스타워(2020년), 레지던스타워(2022년), 스테이션타워(2023년) 등이 연이어 들어선 배경이다. 박 본부장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롯폰기힐스, 코레도 니혼바시 등 지역과 상생하는 민간 개발 성공 사례가 만나 도심 내 고밀 개발이 현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박 본부장은 국내에서도 일정 규모 이상 통합 개발 때 인센티브 부여 체계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은 대지 규모를 너무 작게 개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도시 경쟁력을 올릴 수 있는 ‘트로피 애셋’(독보적 투자 자산) 확보를 어렵게 한다”며 “국가전략상 필요한 곳은 용도지역 상향, 높이 규제 완화 등을 허용해 통합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박 본부장의 최대 관심사는 9월 착공하는 광운대역세권 개발 프로젝트다. 시멘트 저장 시설(사일로), 철도 검수고 등이 있던 광운대역 인근 15만 m² 땅에 최고 49층, 3032채 규모의 아파트·호텔 등을 짓는 복합 개발 사업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준공 후 운영까지 맡는다. 인근 단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공공 보행 통로를 만들고, 대학 등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짜 지역에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계획이다. 그는 “민간 디벨로퍼의 진심을 보여주기 위한 프로젝트”라며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이 기차역을 리모델링해 주목받았듯 지역 자원을 활용해 지역의 잠재력을 구현해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