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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농사 지으며 ‘전기 농사’도 같이 지어요

입력 | 2024-07-02 03:00:00

농촌 새 수익모델 ‘영농형 태양광’
농지에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에너지 생산 병행해 추가 소득
전남도, 영광 주민 주도 단지 조성… 주민들 수익 공유해 지역에 활력



문병완 전남 보성농협 조합장이 보성군 보성읍 옥암리 자신의 논에서 논농사와 햇볕 농사를 함께 짓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를 보여 주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농사를 지으면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이 농촌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전남도가 국내 최대 규모의 주민 주도 영농형 태양광 발전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정부도 그동안 법적 제도적 한계로 보급이 더뎠던 영농형 태양광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확대하기로 해 농가소득 증대와 함께 재생에너지 전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주민 주도 영농형 태양광 발전단지 조성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농업과 에너지 생산을 병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기존의 태양광 발전 시설보다 간격을 넓히고 높게 설치해 농기계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농업인들은 농지를 보전하면서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남도는 영광에 국내 최대 규모 마을 주민 주도 영농형 태양광 발전단지를 조성한다고 1일 밝혔다. 2022년 사업부지 공모에 나선 전남도는 영광군 염산면 월평마을을 대상지로 선정해 관련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했다. 사업 대상지는 월평마을 앞 5만 m² 간척지로, 2024년 1단계 1MW 준공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전체 3MW 규모의 태양광발전단지를 조성한 뒤 상업 운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주민들은 자발적 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월평햇빛발전협동조합’을 구성했다. 이번 사례는 평균 60kW 수준의 소규모 실증단계인 영농형 태양광 사업의 국내 최초 상용화 모델이다.

특히 발전 수익을 토지 소유자와 경작자뿐 아니라 ‘햇빛연금’으로 주민까지 모두 공유하는 방식으로 재분배해 지역에 활력을 높이고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모델로 평가받는다.

전남도는 영농형 태양광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특별법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국회에 법률 제정을 건의 중이다.

강상구 전남도 에너지산업국장은 “영농형 태양광 사업은 농지 잠식이 없고 주민 수용성이 높아 지속 가능한 최적의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영농형 태양광을 전남 미래 지역 발전의 핵심 자원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4월 23일 열린 ‘2024년 제1차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영농형 태양광 도입 전략을 발표했다. 영농형 태양광의 내구 연한과 경제성을 반영해 농업진흥지역 외 농지에 한해 태양광 발전사업을 위한 일시 사용허가 기간을 기존 8년에서 23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영농형 태양광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내년까지 마련하고 유관기관, 농업인,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영농형 태양광 협의회’를 운영해 정책 개선에도 힘쓸 계획이다.

●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정부의 영농형 태양광 확대 방침을 가장 반기는 이가 있다. 농협 신재생에너지전국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문병완 전남 보성농협 조합장(66)이다. 문 조합장은 2019년부터 보성읍 옥암리 농지에서 국내 1호 농업인 주도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1억9600만 원을 들여 2867m²(약 869평) 농지에 99.7kW 용량, 2145m²(약 650평) 규모로 영농형 태양광 시설을 설치했다. 운영 결과 지난해에만 순수익 1400만 원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발전 수익이 92%(1292만 원)에 달한다.

문 조합장이 영농형 태양광 실증에 직접 나선 이유는 농가 소득 침체 문제가 심각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벼농사만으로는 소득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근본적으로 보완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농경지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보성농협은 최근 옥암리 일대에서 장태평 대통령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문금주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영농형 태양광 모내기와 드론 방제 현장 시연회’를 개최했다. 시연회에서는 논 위로 태양광 설비가 설치된 가운데서도 이앙기를 이용해 모내기를 하고 드론을 띄워 방재 시범도 보였다.

문 조합장은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면 일반 농지보다 벼 생산량이 10∼20% 줄지만 이 손실보다 높은 태양광 농외소득을 올릴 수 있다”며 “영농형 태양광을 현장에 제대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타 용도 일시 사용 기간을 연장하는 농지법 개정과 송전선로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