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공모서도 대체지 확보 못해… 이대로는 쓰레기 대란 우려 해외 각국 폐기물 처리 안간힘 일본, 소각장에 ‘이색 바’ 조성 EU, 과세-직매립 금지 등 시행
지난달 광주 서구 풍암동 중앙공원 제1지구 공사현장 주변 야산에서 30여년 전 매립 쓰레기들이 무더기로 발견된 모습. 광주=뉴시스
수도권 폐기물 대체 매립지를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환경부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는 올 3월부터 3개월 동안 수도권 대체 매립지 3차 공모를 진행했지만 응모한 지자체가 한 곳도 없었다고 밝혔다. 특별지원금 3000억 원까지 내걸었음에도 대체 매립지를 구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환경부와 수도권 광역자치단체들은 주민 동의율 등 일부 조건을 완화하고 인센티브를 강화해 4차 공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표적 ‘님비(NIMBY) 시설’인 대체 매립지를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해 4차 공모에서 의견이 모일지는 미지수다. 종료 기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3년째 새 매립지를 찾지 못하면서 ‘쓰레기 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초 사용 연한은 1992∼2016년이었으나 대체 매립지를 찾지 못해 2018년 매립지를 추가 조성하며 우선 당장 사용연한은 늘어났다. 그러나 추가 조성된 곳도 이미 수용량이 60% 이상이 되면서 대체지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서울 지역 쓰레기를 묻던 곳은 서울 마포구 난지도 매립지다. 그러나 1978년 운영을 시작한 난지도 매립장이 1993년 종료를 앞두면서 수도권 지자체는 다시 막대한 쓰레기를 처분할 새 매립지를 확보해야 했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공동으로 경기 지역 12개 후보지를 선정해 타당성을 분석했지만 규모, 비용, 교통, 환경 등의 측면에서 수도권 내륙에선 더는 매립지 확보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당시 환경청(현 환경부)에 요청해 부지매입비, 국토 이용 효율성 등을 따진 끝에 1988년 김포지구 해안을 수도권 매립지로 최종 선정했다.
당시 서울시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등은 “향후 대체 매립지 부지 선정 및 확보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대체 매립지 확보보다 자원회수시설 가동률을 최대화해 현 매립지의 사용 연한을 연장하고 폐기물 처리방법을 다원화하는 등 환경 효율적 시스템 도입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체 매립지 선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은 당시부터 예고된 것이다.
해외도 쓰레기 처리를 둘러싸고 골머리를 앓는 건 마찬가지다.
일본의 경우 혐오시설인 쓰레기 소각장을 관광 명소로 탈바꿈시키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일본 도쿄의 ‘고미 피트 바’는 ‘쓰레기 구덩이 바’라는 뜻으로 도쿄도 무사시노시 생활폐기물소각장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대형 크레인이 쓰레기를 옮기는 광경을 통유리로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시민들이 환경 문제에 경각심을 갖도록 하자는 취지였는데 2018년 12월 버려진 유자를 활용한 ‘유자 폐볼’ 등 음식물 낭비를 최소화한 메뉴를 선보여 국제적으로도 화제가 됐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소각장을 증설해 쓰레기를 태우면서 동시에 땅에 묻을 쓰레기를 줄인 것이다.
유럽의 경우 쓰레기를 묻으면 세금을 매기는 방식 등으로 매립지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매립지 규정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2035년까지 매립되는 쓰레기양을 발생량의 10% 이하로 줄이는 한편 재활용률은 65%까지 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시행되는 조치 중 하나가 매립세인데 현재 EU 회원국 중 22개국이 매립세 제도를 시행 중이다. 매립세는 폐기물 1t당 평균 39∼46유로(약 5만7700∼6만8000원)다.
EU 환경청에 따르면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재활용률이 가장 높은 회원국 5곳은 매립지 세금 등을 활용하는 반면 재활용률이 낮은 그리스, 포르투갈 등에는 관련 세금이 없다. EU 환경청은 “매립지 세금은 폐기물 매립을 더 비싸게 만들어 재활용의 경쟁력을 높이고 걷힌 돈을 자원순환 관리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