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러 정상 조약체결 열흘뒤 입항 무기거래 제재 선박과 비슷한 크기
북한 나진항 부두에 지난달 말 대형 선박이 정박한 사실이 위성 사진에 포착됐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일 보도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가까운 나진항은 미국이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의 중심지로 지목해 온 곳이다. 지난달 19일 북-러가 정상회담을 통해 새 조약을 맺고 사실상 냉전 시대 동맹에 준하는 수준으로 관계를 격상시킨 만큼, 이제 양국이 무기 거래에 더욱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VOA가 미국 민간 위성 사진 업체인 ‘플래닛랩스’의 지난달 29일자 위성 사진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나진항 부두에는 길이 115m 정도의 대형 선박이 정박해 있었고, 그 앞엔 컨테이너로 추정되는 물체들이 줄지어 쌓여 있었다. 이 선박의 이름이나 국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북-러 무기 거래에 관여한 혐의로 우리 정부의 독자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선박 ‘마리아호’(113m)와 비슷한 크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에 따르면 나진항에는 지난해 8월 26일∼12월 31일 총 26척의 배가 드나들었다. 산술적으론 일주일에 1, 2척꼴로 배가 오고간 것. 다만 3월 이후론 한 달에 1, 2척가량의 선박만 입항하는 등 입출항은 다소 둔화됐었다고 한다.
이번 컨테이너 선적은 북-러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거 무기 거래에 나선 정황이란 분석이 나온다. 위성 사진에 찍힌 컨테이너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진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러가 탄약을 비롯한 재래식 무기를 주고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 백악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러시아에 컨테이너 1000개가 넘는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제공했다며, 나진항에 컨테이너 300여 개가 적재된 장면을 찍은 위성 사진 자료를 공개한 바 있다. 북-러 간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그동안 무기 거래와 관련해 각종 증거나 정황이 쏟아졌지만 북-러는 이를 부인해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