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사상 첫 극우 다수당] 이념 대신 생활밀착 공약 전면에 20대 바르델라 당대표 자리 앉혀 “2027년 대선서 대권 넘볼것” 공언
“바르델라를 총리로 만들고 나는 대권을 넘보겠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치러진 프랑스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원내 제1당이 유력해진 극우 국민연합(RN)의 ‘실질적 리더’로 꼽히는 마린 르펜 의원 겸 전 대표(56)에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당을 이끌고 있는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29)를 직접 정계로 이끌었고, 대표 자리에 앉혔기 때문이다. 바르델라 대표는 수차례 르펜 의원을 ‘정치적 멘토’로 칭했다.
바르델라 대표가 총리에 오르면 르펜 의원이 이를 발판 삼아 2027년 대선에서 대통령을 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르펜 의원은 이미 2017년, 2022년 대선에서 모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대결했다. 2022년 대선 결선투표 때는 패했지만 41.4%를 얻으며 선전했다. 르펜 의원은 이번 총선을 통해 자신에게 두 차례의 대선 패배를 안긴 마크롱 대통령에게 단단히 설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7년 대선에서 두 사람이 다시 맞붙는다면 승자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을 두둔하는 발언을 일삼은 아버지를 2015년 당에서 영구 제명하는 결단력을 보였다. 분노한 부친이 “선거에서 딸을 찍지 않겠다”고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2018년 당명 또한 RN으로 바꾸고 아버지와 완전히 결별했다. 2022년 바르델라를 당 대표에 앉혔다.
르펜 의원은 생필품 가격 및 에너지 부가가치세 인하, 저소득층·30대 이하 세금 감면 등 ‘생활 밀착형’ 공약으로 고물가 등에 지친 서민을 파고들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 발발 뒤 프랑스에서 발생한 유대인 대상 범죄 또한 적극 비판해 왔다. 유럽 주요국 극우 정당에 자주 제기되는 반(反)유대주의와 거리를 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