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사상 첫 극우 다수당] 총선 1차 투표서 극우당 33% 1위 집권당은 21% 득표… 3위에 그쳐 정부 불만에 투표율 27년새 최고… “마크롱, 의회 해산하려다 몰락위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 사진)이 프랑스 1차 총선이 열린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북부 르투케의 한 투표장에서 투표를 마친 뒤 다소 굳은 표정으로 떠나고 있다. 극우 국민연합(RN)을 이끄는 마린 르펜 의원은 이날 오후 RN이 1당을 차지할 것이란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지지자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르투케=신화 뉴시스·에냉보몽=AP 뉴시스
유럽연합(EU) 중추 국가인 프랑스에서 사상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의회 제1당’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1일(현지 시간)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조기 총선 1차 투표 집계 결과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이 33.2%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좌파 신민중전선(NFP)이 28.0%로 2위를, 집권당인 중도 르네상스가 이끄는 범여권 앙상블은 20.8%로 3위를 차지했다.
최종 의석수는 7일 치러지는 결선 투표에서 결정되지만 현지 언론들은 이번 결과를 판세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삼고 있다. 결선 투표에서도 현재 흐름이 이어진다면 의회 전체 의석 577석 중 RN 240∼270석, NFP 180∼200석, 앙상블 60∼9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RN은 기존 의석보다 약 3배 늘고, 범여권 진영은 최대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 1차 투표에서 당선이 확정된 76석 중 RN은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37석을 차지했다. NFP는 32석을 차지했고, 앙상블은 2석에 그쳤다.
● 반이민 정책과 서민 대상 경제정책 강조
이번 선거 투표율은 약 67%로 2022년 최종 투표율(47.5%)보다 월등히 높았을 뿐만 아니라 1997년 1차 투표(67.9%) 이후 27년 만에 최고치였다. 팍팍한 현실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달려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유권자들은 이민자 증가로 인한 사회 혼란과 고물가 등 경제난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극우 정당은 ‘단골 공약’인 반이민 정책과 보호무역 등을 내세워 지지 기반을 넓혔다. RN은 프랑스에 거주하는 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18세가 되면 자동으로 프랑스 국적을 받는 출생시민권제도의 폐지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또 불법체류자에게 의료서비스나 사회복지 혜택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RN은 전 국민 부가가치세(VAT) 인하와 39세 이하에 대한 세금 감면 공약으로 경제난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지지도 얻었다. 감세로 고물가에 지친 민심을 달래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부족해질 세수를 채울 재원 마련 방법은 제시하지 않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는 여당의 비판을 받았지만 당장 지갑이 얇아진 서민들은 환호했다.
● 삐거덕거리는 동거 정부 가능성 높아
이번 선거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유럽의회 선거 결과 자신이 이끄는 르네상스가 14.6%를 득표해 RN(31.5%)에 참패하자 돌연 결정한 바 있다. 당장 RN의 상승세를 꺾지 않으면 2027년 대선에서 RN이 승리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르몽드는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려다가 자신의 다수당(르네상스)을 해산해 사실상 몰락 위기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NFP와 앙상블은 결선 투표를 앞두고 합종연횡을 시도하고 있다. 앙상블 측은 “결선 투표 때 지역구 60곳의 후보를 사퇴시키겠다”고 밝혔다. NFP와 앙상블 후보가 각각 출마할 경우 RN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이유다. NFP도 1차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한 후보들을 사퇴시키기로 했다고 CNN은 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