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의료원 교수들이 오는 12일부터 자율적으로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1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병원에서 한 환자가 밖을 걷고 있다. 2024.7.1/뉴스1
5개월째로 접어든 의정갈등이 해결은커녕 더 꼬여가는 모양새다. 교수들의 집단 휴진이 줄줄이 예고된 데다 환자들은 의사들을 규탄하는 집회를 여는 등 충돌하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간 간격은 더 멀어지는 양상이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1일) 고려대학교안암·구로·안산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고려대학교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2일부터, 소속 교수 설문조사 결과를 받아 든 충북대병원·의대 비대위는 오는 26일부터 각각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기로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에 이어 이들은 각각 3번째(고려대의대·의료원 교수들), 4번째(충북대병원·의대 교수들) 무기한 휴진 결정이다. 이들 모두 교수 자발적 판단에 따라 동참하고 응급·중증 등 필수 분야는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는 오는 26일 의사 전 직역이 참여하는 대토론회를 열자는 점에 합의했다. 휴진을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토론회에 참여하려는 의대 교수나 개원의 등은 진료 일정을 각자 조정해야 한다.
이들은 공통으로 “정부가 아무런 근거 없이 2000명 의대증원을 일방적으로 추진한 사실이 국회 청문회 등을 통해 드러났다”며 “이번 휴진은 본인들의 미래를 걸고 싸우는 전공의·의대생과 함께하기 위한 조치”라고 전한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전공의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며, 전공의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정부가 의대생 휴학을 승인하고, 6월이 아닌 지난 2월 기준으로 전공의 사직을 처리해야 한다고 본다.
임춘학 고려대의료원 교수 공동비대위원장(고려대안암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뉴스1에 “개인 휴가를 사용하는 등 ‘자율적 휴진’이다. (꼭 대학병원에 오지 않고도) 2차 병원에서 수술, 진료할 수 있는 경증 비응급환자는 2차 병원 이용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휴진이 얼마나 파급력 클지는 미지수다. 앞선 지난달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5일 만인 21일 중단을 선언했다. 성모병원 등 가톨릭의대 교수 비대위, 삼성병원 등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도 무기한 휴진을 유예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최근 한 토론회를 통해 무기한 휴진 철회 이유로 ‘정부의 무대응’과 ‘환자 피해’를 꼽았다. 장기적 관점에서 이어가기 힘든 투쟁 방식임을 몸소 경험했다는 취지다.
연세의대 교수들도 지난달 28일부터 휴진을 진행하고 있으나 세브란스병원 측은 외래 진료가 5~10% 감소했을 뿐 거의 정상 진료 중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교수들은 휴진을 택한 데 따른 환자들의 불안과 국민적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는 아산병원 교수들이 휴진에 돌입하는 날이기도 한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 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를 연다.
정부는 “의대 교수 등 의료계에 형식, 의제에 구애 없이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면서 “2025학년도 의대증원의 경우 그 절차가 이미 마무리된 만큼 협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다만 사태 수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만큼, 조만간 미복귀 전공의의 마음을 돌릴 만한 묘책을 결정해 이르면 같은 날 브리핑에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수련 현장 의견 수렴이나 복귀 현황 파악이 끝나는 대로 소개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