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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역주행 사고 ‘급발진’ vs ‘부주의’…전문가 의견 엇갈려

입력 | 2024-07-02 15:26:00

'9명 사망' 시청역 역주행 사고 원인 두고 의견 분분
CCTV·목격자 진술로는 차량이 보행자 충돌 후 감속
전문가들 의견 분분…"운전 미숙" VS "판단 이르다"
운전자는 급발진 주장…수사 결과 따라 구속 가능성



ⓒ뉴시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시청역 인근 교차로 역주행 사고 원인을 놓고 사고 운전자 주장과 전문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68세로 알려진 가해 차량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나이로 인한 조작 실수 등 운전자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2일 내놨다.

앞서 지난 1일 오후 9시27분께 운전자 A(68)씨가 몰던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이 중구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와 일방통행인 세종대로 18길을 역주행했다. A씨 차량은 교차로에서 인도에 있던 보행자들을 덮친 후 BMW, 소나타 등 차량까지 차례로 쳤다.

이 차량은 교차로를 가로질러 반대편인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에 멈춰 섰으며, A씨는 경찰에 차량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차량이 속도를 줄인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A씨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현재로선 급발진보다 운전자 부주의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며 “가해 차량이 처음에 무리하게 역주행으로 진입을 해 운전자가 당황한 나머지 무리하게 차선을 바꾸려다 벌어진 사고처럼 보인다”고 했다.

그는 “급발진 사고의 특징 중 하나가 차량에 계속해서 가속이 붙다가 충격에 의해서야 차량이 멈춘다는 것인데, 이번 사고 현장 영상이나 목격자 진술 등에 따르면 (가해 차량은) 횡단보도 앞에서 스스로 속도를 늦춘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염 교수는 시청역 역주행 사고가 지난 2월 은평구 불광동 연서시장에서 발생한 9중 추돌사고와 유사점이 많다고 했다. 가해 차량 운전자가 고령이고 급발진을 주장했단 점 등에서다.

그는 “당시 연서시장 가해 차량 운전자도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 차량 결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고령 운전자들이 순간적인 반응 속도 인지 능력 저하로 인해 역주행 등의 실수를 저지르고, 급발진을 주장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했다.



반면 급발진 의심 사고 피해자의 변호를 여러 번 맡아온 하종선 변호사(법률사무소 나루)는 “호텔 주차장 내에선 정상적으로 나오던 차량인데 왜 갑자기 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운전자가 충돌 회피 운전을 했는지 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사고 차량이 인도를 들이받고 보행자들을 친 후 그 충격에 의해 소프트웨어가 리셋(reset)되면서 고장 났던 브레이크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그 때문에 차가 속도를 늦추다 멈춰 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섣부르게 판단해서는 안 되고, 해당 차량의 전체 주행 과정에 대한 영상을 볼 필요가 있다”고 보탰다.

한편, 경찰은 A씨 측이 사고 원인이 급발진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 “급발진의 근거는 현재까지는 피의자 측 진술 뿐”이란 입장을 밝혔다.

한 경찰 관계자는 “차량사고기록(EDR) 장치와 주변 CC(폐쇄회로)TV 분석,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수사해 급발진 여부를 판단하고, 여기에 국과수 감식 결과를 더해 급발진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국과수의 EDR 분석엔 통상적으로 1~2개월이 걸린다.

만약 사고 원인이 급발진이 아니라면 A씨가 구속될 가능성도 있다. 이 관계자는 “급발진 사고가 아니란 판단이 서면 증거인멸 우려 등의 이유로 구속영장 청구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경찰 역시 이날 “사건을 진행하면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날 사고로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당초 사망자는 6명으로 집계됐으나 심정지 3명이 사망 판정을 받으며 사망자가 9명으로 늘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운전자 A씨도 갈비뼈 등을 다쳐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