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차량 마지막에 정상 제동 국과수 EDR 분석으로 결론 날듯 “페달 블랙박스 설치해 급발진 여부 따질 수밖에”
뉴시스
2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 장면 마지막에 사고 차량이 정상적으로 제동하는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차가 본인의 의지대로 섰다는 것은 차가 정상 동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에 급발진 가능성이 작다”라고 했다. 운전자 부주의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가 추후 제동 장치를 작동시켰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또한 “보통 급발진이라고 주장하는 사고들은 최후의 순간에 앞선 자동차나 벽 등에 추돌하면서 강제적으로 멈추는 경우가 많은데 주변 목격자 진술이나 사고 영상을 보면 (이번엔) 정상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고 정차했다”라며 “급발진이 짧게 나타난 뒤 사라졌을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라고 했다.
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사고를 낸 차량이 인도 위에서 운행을 멈추고 있다. 연합뉴스TV 보도화면 갈무리
차량에 주행보조기술 등 소프트웨어(SW) 기술이 대거 적용되면서 EDR만으론 급발진 여부를 확인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전자제어장치(ECU)가 운전자 과실이 아닌 SW 오류로 발생한 가속 등 출력 기록을 EDR에 저장할 수도 있다는 면에서다. 자체 결함(SW오류)이 운전자 잘못으로 왜곡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에 따르면 2010년~2022년(13년) 국내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는 766건 중 급발진 사고로 인정받은 예는 단 한 건도 없다.
이 교수는 “이런 의혹까지 해소하자면 현행 0.1초로 돼 있는 EDR의 샘플링 레이트(데이터 기록 시간 단위)를 0.01초로 줄이고, 데이터 수집 시간도 기존 충돌 전 5초에서 20초로 늘려야 한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실제 급발진이 발생한다 해도 운전자가 자동차 결함을 밝혀야 해 쉽지 않은 일”이라며 “사실상 운전자가 페달을 밟았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페달 블랙박스’를 장착하는 것만이 급발진 사고를 입증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