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전북 임실치즈마을 1967년 지정환 신부 山羊으로 태동… 2003년 국내 첫 체험프로그램 시작 매년 많을 땐 전국에서 7만 명 방문… 숙박시설 갖춰 하룻밤 묵고 갈 수도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심각한 문제다. 특히 농촌은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3월 ‘새로운 농촌 패러다임’에 따른 농촌 소멸 대응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가 농촌 관광 활성화로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을 살리자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농촌 관광 활성화는 매우 중요한 국가 현안 과제다. 치유, 워케이션, 체험 등을 테마로 현재 진행 중인 농촌 관광 사업지들을 둘러보는 이유다.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고물가 탓에 얇아진 지갑으로 고민 중인 독자에게는 쏠쏠한 여행 정보가 될 것이다.》
모차렐라 치즈 체험 모습. 10명 이상 신청하면 체험할 수 있다. 임실치즈마을 제공
“이제 여러분이 좋아하는 순서, 치즈를 듬뿍 올립니다.”(강사)
“와, 맛있겠다.”(학생들)
한국에서 치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전북 임실. 국내 최초로 치즈를 주제로 농촌체험학습을 시작한 곳이다. 이곳 체험센터 ‘치즈온’에서는 임실에서 생산된 치즈를 이용한 피자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기자가 방문했을 때 전남 고흥군 주민 50여 명이 1인용 피자 반죽에 토핑을 올리고 있었다. 중년의 ‘학생들’이지만 강사의 지도에 따라 치즈를 올리는 손길은 아이처럼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완성된 피자 반죽은 오븐으로 직행했다. 15년 경력 베테랑 강사 심순섭 치즈온 대표는 피자가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치즈 관련 퀴즈를 진행했다.
“300종? 500종?”(학생들)
3000종이 넘는다는 심 대표 설명에 모두 놀랐다는 표정이다. 15분 후 갓 구워진 피자를 보며 “이게 내가 만든 거야?”라며 감격했다. 피자는 현장에서 먹어도 되고 박스에 넣어 집으로 가져가도 된다. 임실 치즈를 듬뿍 넣고 밀가루가 아닌 우리 쌀가루로 반죽해 속이 편하다는 것이 심 대표의 설명이다.
고흥군 체험단을 인솔한 박정미 사회적경제 마을통합지원센터장은 “관광버스를 대절해 3시간 걸려 왔다”며 “치즈 체험은 흔하지 않아 주민들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임실치즈마을 전경. 임실치즈마을 제공
유제품 대기업의 영향력이 큰 한국에서 ‘작은 거인’ 격인 임실 치즈는 2000년대 초부터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2003년 정부의 녹색농촌체험마을 공모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치즈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자 도시인들이 찾기 시작했다.
2006년 마을 이름을 ‘임실치즈마을’로 바꿨다. 심 대표는 “매년 최다 7만 명의 체험객이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임실치즈마을과 1∼2km 떨어진 곳에 있는 임실치즈테마파크는 서로 다른 곳이다. 심 대표는 “마을공동체 형식으로 운영되는 임실치즈마을과 임실군에서 재단을 만들어 개인 위탁 등으로 운영하는 임실치즈테마파크는 성격이 다르다”며 “목적지를 먼저 확인한 뒤 방문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남 고흥군 주민들이 임실치즈마을 체험센터에서 치즈로 피자를 만들고 있다. 임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체험비는 피자 만들기는 4인 1조 4만 원, 모차렐라 치즈 만들기는 1인당 1만3000원이다. 1박 이상 묵고 싶은 체험객을 위해 사랑채라는 숙박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임실치즈마을에는 지정환공동체학교도 있다. 귀농이나 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에게 농촌에 거주하며 성공적 정착을 유도하는 프로그램과 농어촌체험지도사 양성 과정 등을 운영한다.
심 대표는 “서양 음식 치즈는 이제 한국인에게 친숙한 음식이 됐다”며 “치즈가 국내에서 마을공동체 방식으로 생산된다는 것에 많은 체험객들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끝―
임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