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인가구 프로그램 마련 요리-운동-문화강좌 등 다양 전체 가구의 40%가 홀로 거주 “집단상담 등 맞춤형 행사 늘릴 것”
지난달 21일 서울 구로구가족센터 옥상에서 열린 ‘도심 속 옥상 힐링 캠핑 구로스테이’ 참가자들이 골뱅이무침 등을 만들고 있다. 서울시는 1인가구의 관계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216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양배추를 썰어서 여기에 넣는 게 맞을까요?”
지난달 21일 오후 7시 서울 구로구가족센터 옥상. 주렁주렁 매달린 알전구로 장식된 건물 옥상에서 양배추를 썰던 직장인 김창완 씨(31)가 맞은편 팀원에게 이렇게 물었다. 양파를 다듬던 팀원이 이리저리 살피더니 “맞는 것 같다”고 하자 김 씨는 잘게 썬 양배추를 빈 그릇에 옮겨 담고 양념장과 다른 채소를 넣어 버무리기 시작했다.
● 혼자 사는 사람 모여 ‘옥상 캠핑’
참가자들은 ‘건강한 식사’와 ‘관계망 형성’을 이 프로그램의 장점으로 꼽았다. 8년째 홀로 산다는 김 씨는 “혼자 살다 보니 식재료가 남을까 봐 요리를 자주 해 먹지 못했는데 1인 가구끼리 모이니 직접 만든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직장인 박모 씨(33)는 “‘불금’에 퇴근 후 바로 집에 가지 않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도심 속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새롭다”라며 “혼자 사는 가구가 많아지며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렇게 모여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다 보면 건강한 사회관계망 만들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찬윤 씨(30)는 “서울 시내 여러 자치구의 1인 가구 프로그램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사이클 운동인 ‘스피닝’을 즐기고 있다”며 “1인 가구 프로그램이 혼자 사는 이들을 이어주는 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전체 가구의 40% ‘나 혼자 산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총 409만 가구 중 1인 가구는 38.2%(156만 가구)로 10가구 중 약 4가구가 혼자 살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혼자 사는 사람이 집이나 직장 근처에서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25개 자치구의 ‘1인가구지원센터’를 통해 지난달 총 216개 프로그램의 참여자를 모집했다. 운동, 문화체험 등 분야도 다양하다. 지난달 8일 ‘서울둘레길 걷기’ 코스에 참여한 박현민 씨(31)는 “둘레길을 걷고 난 후 ‘혼밥’ 메뉴로 먹기 어려운 보쌈을 다 같이 먹었다”라며 “혼자 살다 보니 무언가를 시도하기 두려운 경우가 많은데, 시에서 비슷한 사람들을 한데 모아주니 고독감을 해소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