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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국립중앙도서관, 데이터 제공 허브 돼야[기고/김희섭]

입력 | 2024-07-02 22:51:00

김희섭 국립중앙도서관장



인공지능(AI)은 최근에 등장한 개념이 아니다. 이 용어는 1956년 스탠퍼드대의 존 매카시 교수가 다트머스대에서 열린 학회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후 지속적인 연구가 이어져 현재는 범용 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까지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AGI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 음성, 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를 인간과 가까운 인공적 지능으로 구현한 것이다. 지난달 출시된 GPT-4o(omni) 역시 이러한 연구의 결과물 중 하나로 평가된다.

구글이 처음 등장하면서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가공하여 모든 이용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제공하겠다”라는 임무를 발표하면서 전 세계 도서관들은 긴장했다. 이는 구글이라는 거대한 존재가 오랜 기간 도서관이 담당했던 역할을 빼앗아 가겠다는 위협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간 쌓은 경험과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였고, 현재 구글과 도서관 간의 관계는 ‘협력적 공생’으로 진화하였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볼 때 AGI 기술 역시 우리 도서관과 협력적 공생을 통해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 먼저, 데이터센터가 되어야 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지식정보자원의 보유량이 어느 기관보다도 많다. 가히 독보적이다. 지식정보자원의 고품질 데이터화를 실현한다면 인공지능 시대의 기반 데이터를 제공하는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서들의 역량 개발과 전문성 향상이다. 특히 국가대표 도서관인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는 정보 전문가로서 단순히 신기술의 얼리어답터가 아니라 혁신자(Innovator)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최첨단 정보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한 서비스를 개발하여 도서관의 미래 방향을 이끌어가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급변하는 첨단기술의 시대가 도래하더라도 국립중앙도서관은 변함없이 우리 국민의 지식문화 생활을 지원하는 동반자여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도서관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용자를 위한 최상의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AGI 기술의 도입은 도서관의 운영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나아가 이용자 서비스 품질을 한층 더 향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온라인 디지털 정보 접근이 매우 제약적이었던 30여 년 전 영국에서 유학하던 때 학위논문 연구에 필요한 논문이 있어서 국립영국도서관(The British Library)에 문헌복사 서비스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 얼마 후 도착한 우편물을 설레는 마음으로 열려는데 봉투 겉에 손으로 쓴 메모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 메모지에는 “담당자인 제가 최대한 선명하게 복사하려고 여러 번 시도했으나, 요청한 해당 저널의 원본이 훼손된 상태여서 복사 상태가 미흡한 점에 양해를 부탁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자료를 손에 넣는 기쁨도 컸지만, 그 메모에 담긴 따뜻한 메시지에 크게 감동한 적이 있다. 우리 도서관의 서비스도 이용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그를 위해 국립중앙도서관이 더욱 정진해나갈 것이다.


김희섭 국립중앙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