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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어린 ‘손편지’ 하나에, 층간소음 스트레스 끝![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입력 | 2024-07-03 10:13:00

일러스트레이션 임성훈


만약 위층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자기 손주들이 내는 층간소음이라면, 아래층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 소리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 손주들 씩씩하게 잘 노네’라고 생각할 수 도 있습니다. 같은 소음이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습니다.

층간소음은 상당부분 감정의 문제입니다. 소음을 줄이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진심어린 사과와 자그마한 선물 혹은 손편지가 아주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층간소음으로 고민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으로 연락주시면 전문가들과 상의해 해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사례:보복하러 왔나 싶었는데, 진심어린 사과와 손편지 전달… 스트레스 다 녹아

경기도 수원 호매실 신축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8살짜리 남자 아이가 있는 가정주부입니다.

저희는 재작년 말 입주를 시작하며 이사했고, 저희 위층 세대도 비슷한 시기에 입주했습니다. 이사 할 때 보니, 위층에도 아이가 있길래, 내심 층간소음 문제만 좀 일으키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역시나 이사 이후로 매일 같이 들리는 층간소음에 하루 편히 쉬지를 못했습니다. 저 역시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아이 움직이는 걸 조절하고 감시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너무 잘 압니다.

그래서 몇 개월은 참는다고 참았지만 더 이상 어려워졌습니다. 조그만한 소리에도 짜증이 나고 공부만 하는 아들한테도 조용하라고 소리치는 저를 보고 놀라기까지 할 정도 였습니다.

하루는 가족끼리 밥을 먹는데 쿵쾅쿵쾅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거실 전등까지 흔들리길래, 너무 놀라 관리소에 전화해 조용히 시켜달라고 했습니다. 그 뒤로 좀 조용해 지는거 같더니, 밤 9시 넘어서 또 쿵쾅 거려서 아이도 잠을 못자고, 저 역시 남편과 밤새 위층 이야기 하다가 겨우 잠이 들곤 했습니다.

그러다 며칠 뒤에, 위층 아이 어머니가 아이와 함께 우리 집 벨을 누르길래 우리집이 관리실에 민원 넣어서 해코지하러 왔나 싶어 겁이 났습니다. 왜 그러냐고 문을 아주 살짝 열었는데, 위층 아이가 연신 죄송하다며 인사하더니 아이 어머니가 망고케이크와 함께 편지를 내밀었습니다.

별안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저희 아들이 층간소음 때문에 우리 가족이 힘든 상황에 빠져있다고 편지를 썼길래 남편이 아들을 데리고 위층에 방문해 편지를 두고 왔다는 겁니다.

우리집은 9시 30분이면 자야하는데, 위층이 쿵쾅 거리는 바람에 온 가족이 다 잠을 못자고, 본인도 혼자 자야 하는데, 쿵쾅거리고 형광등이 흔들거려서, 무서운 바람에 아직도 엄마 아빠 방에서 같이 자야 한다고, 저녁에는 조용했으면 좋겠다고 부탁한다며 한 자 한자 편지를 써서 위층에 두고 갔다는 겁니다.

그래서 위층 아이 어머니는 그렇지 않아도 마음 한구석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우리 아이의 편지를 보고 더욱 죄송했다면서, 조용히 지낸다고 하면서도 부주의했다며 연신 미안하다더니 아이에게도 직접 사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저는 그 모습에 그동안 층간소음 때문에 힘들었던 게 싹 녹아 사라졌습니다. 씻고 나온 아이를 부랴부랴 옷 입혀서 위층 아이 어머니께 인사시키니, 아들도 멋쩍었는지, 부끄러워하다가, 위층 아이 어머니가, 쿵쾅거리는 건 이 6살 꼬맹이가 아직 형처럼 의젓하지 못해서 그랬다며 미안하다고 이제 뛰지 않고 슬리퍼도 잘 신고 다니겠다고 하니 아들도 괜히 으쓱해하면서 본인도 집에서 소리치고 뛰지 않을거라고 약속 했네요.

그제야 아이들도 웃더니 케이크 잘 먹겠다면서 인사하고 헤어졌습니다. 살다 보면 소음이 아예 안 날 수는 없겠지만, 이 일 이후로, 소음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고, 또한 소음이 난다 해도 저 역시 더욱 이해하고 넘어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일은 뉴스에서나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저희 아들 편지에 위층 세대도 무시하지 않고 이렇게 찾아와서 사과해주니, 더욱 고맙고 스트레스도 덜게 되었습니다. 층간소음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행동과 진심 어린 사과에 온정적인 해결이 될 수 있었습니다. 제 부족한 경험이 갈수록 험악해지는 이웃간의 갈등 해소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공동주택 층간소음의 해결방법으로 진심이 담긴 손편지는 상당한 효과가 있습니다. 큰 사건사고로 확대되는 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습니다.

손편지 작성시 주의할 점은 소음발생에 대한 경위를 편지내용에 반드시 설명하고, 불편을 드린 것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의 내용을 담아야 합니다.

특히 민원인이 언급하는 소음피해 시간대는 극히 조심할 것이라는 내용도 적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손편지의 전달시 주의할 점은 층간소음 피해가 6개월 이전인 경우에는 민원인과의 직접대면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1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반드시 관리소(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통하거나 민원인의 우편함을 통해 전달하는 게 좋습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