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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5년 그린 ‘신숙주 초상화’ 국보 된다…30대 젊은 모습

입력 | 2024-07-03 11:08:00

ⓒ뉴시스


국가유산청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공신초상화 ‘신숙주 초상’을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고 3일 밝혔다.

‘신숙주 초상’은 1977년 보물로 지정됐다가 이번에 국보로 지정 예고됐다. 조선 전기 정치가이자 학자 신숙주(1417~1475)의 초상화로 청주 구봉영당에 봉안되어 있다.

이 초상화는 신숙주가 1455년 좌익공신이 됐을 때 그 포상으로 제작됐던 것으로 보인다. 백한(白?) 흉배의 녹색 관복을 입고 허리에는 삽은대를 둘렀는데 이는 문관 3품에 해당하는 복식이다.

얼굴은 코를 경계로 좌측이 더 짙게 보이도록 음영처리를 했다. 눈두덩, 팔자주름, 뺨에 수묵이나 채색을 올려 은은한 표현 효과를 냈다. 수염은 올이 많지 않고 검은색으로 30대 젊은 모습을 보여준다.

신숙주 초상은 현재 가장 오래된 공신 초상으로, 조선 전기 공신 초상 대표작이다.

국가유산청은 “제작 당시 원형을 비교적 충실하게 보전하고 있어서 미술사적으로 가치가 높다”며 “조선 전기 신숙주라는 인물을 묘사한 점에서도 역사적으로 높은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가유산청은 ‘권상하 초상’, ‘유설경학대장’, ‘영광 불갑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시왕상 일괄 및 복장유물’, ‘해남 은적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 4건은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의림지 역사박물관 소장 ‘권상하 초상’은 송시열(1607∼1689) 학문의 정통 계승자 권상하(1641~1721)의 초상화다. 제천 황강영당에 300년 넘게 봉안되어 온 내력이 분명한 작품이다.

화면 상단에는 “한수옹(권상하) 79세 진영(寒水翁七十九歲眞)”이라고 적혀 있다. 이를 통해 초상화 주인공이 권상하이며 그가 79세 때 모습을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화면 오른쪽 중간에는 ‘기해사월일 화사김진여모(己亥四月日 畵師金振汝摹)’란 글이 있다. 숙종 어진을 그린 화사로 참여했던 화원 김진여(1675~1760)가 1719년 제작했음이 확인된다.

김진여는 이 작품에 전통 초상화법과 달리, 부드러운 필선과 선염(渲染)에 의존하는 화법을 사용했다. 안면 볼록한 부분을 밝게 처리해 인물의 입체감을 강조하고 사실성을 배가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러한 묘사를 통해 권상하의 강직한 성품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며 “보존상태가 양호하다는 점에서 매우 뛰어난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했다.

성균관대학교 존경각 소장의 ‘유설경학대장’은 경학 내용을 종목별로 기록한 유학서다. 과거시험에 출제될 148개 항목을 요점 정리했다. 중국 명의 주경원이 편찬했고 상·중·하로 구성됐다.

존경각 소장본 특징은 조선 초기 금속활자 경자자 가운데 가장 작은 소자(小字)로 인출된 판본이라는 점이다.

경자자는 1420년 주자소에서 구리로 만들어진 활자다. 조선 초기 인쇄사와 서지학 연구를 위한 중요한 자료다. 특히, 경자자 중 소자로 본문 전체를 인쇄한 것으로는 이 판본이 유일할 만큼 희귀본이다.

국가유산청은 “동일한 판본이 다른 소장처에 전하고 있으나, 서문과 목차 등이 일부 빠져있어 완전하지 않은 데에 비해 서문과 목차, 본문을 완전하게 갖추고 있으므로 보물로 지정해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영광 불갑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시왕상 일괄 및 복장유물’은 수조각승 무염을 비롯해 정현, 해심 등 조각승들이 1654년 완성해 불갑사 명부전에 봉안했다.

국가유산청은 “일부 존상 발원문은 이미 2006년 4월에 보물 영광 불갑사 불복장 전적으로 지정된 바 있으나 존상 속 복장유물은 존상과 일괄 보존·관리될 때 더 의미가 있어 이번에 존상과 함께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설명했다.

발원문을 통해 지장보살, 무독귀왕, 도명존자, 시왕상 등 모두 존상 27구를 제작했음이 확인됐다.

제작 당시 완전한 형태 그대로 전해 조선 후기 불교 신앙과 조각 이해에 중요한 자료적 가치를 지닌다.

무염의 작풍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해심의 독자적 양식적 특징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무염과 그의 유파 형성과 전승 연구에 매우 중요하다.

‘해남 은적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은 둥글고 양감 있는 얼굴, 사실적 인체 비례, 추켜세운 오른손 검지를 왼손으로 감싸 쥔 지권인의 양식 등 신라 9세기 양식을 충실히 반영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귀 등 일부 세부표현에서 고려 초기적 요소도 관찰된다. 특히, 얼굴 표정에 종교적 숭고미가 잘 표현되는 등 예술적 완성도가 높다.

이 불상은 금동불에서 철불로 전환되는 시점에 제작된 비교적 이른 시기 철불상으로 판단되므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통상 철불은 분할주조법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주조흔적이 발생한다. 이 불상은 이러한 주조흔적을 최소한으로 나타내고자 수직으로 내려오는 옷깃을 따라 틀을 이어 붙이는 등 여러 측면에서 기술적 고려가 세심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이며, 마무리 완성도도 높다.

역사적 고난을 겪어 오는 과정에서 무릎 부분이 결손됐다. 무릎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큰 결함이나 결손 없이 온전히 남아있다. 국가유산청은 “현존 부분만으로도 신라 말 고려 초의 조형성과 예술성을 갖춘 우수한 불상”이라고 평했다.

국가유산청은 ‘신숙주 초상’,‘권상하 초상’, ‘유설경학대장’ 등에 대해 30일간 예고 기간 중 각계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와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