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착용 주저…횡단보도에서 물러나 있기도" 전문가 "일상적 공간서 발생한 사고, 더 불안감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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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회로(CC)TV 영상에 나온 편의점이 자주 가는 곳이라 너무 아찔했어요.”
1일 발생한 서울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로 9명이 목숨을 잃자 일상적 공간에서 발생한 사고인 탓에 시민들은 더 충격과 공포를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들은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고였다”면서 불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실제로 사고가 발생한 시청역 일대는 고층 오피스 건물이 많아 평소 많은 직장인들이 오가는 도심 한복판이다. 먹자골목, 지하철 환승역과도 가까워 퇴근 후에도 회식을 하거나 지인을 만나는 친숙한 공간으로 꼽힌다.
사고 현장에서 4분 거리 회사에 다니는 구모(29)씨는 “사고가 나자마자 부모님과 할머니로부터 안부를 묻는 전화를 받았다”면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나온 편의점이 자주 가는 곳이라 너무 아찔했다”고 털어놨다. 시청역 인근 여행사로 출근하다가 최근 육아휴직을 낸 최모(31)씨도 “뉴스로 사고 사진만 봤는데도 눈물이 났다”면서 “회사 바로 근처에서 일어난 일이라 그런지 더 끔찍하고 황망하다”고 했다.
일상 속 불안감은 직접적인 행동으로 나타났다. 사고 발생 이후 이어폰 착용을 망설이거나 주위를 더 살피게 된다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충무로에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 이모(29)씨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길거리에서 이어폰 착용이 망설여졌다”면서 “항상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대기할 때 맨 앞에 섰는데 이제는 뒤편으로 물러나게 됐다”고 토로했다. 유모(57)씨도 “길을 걸을 때도 불안해서 뒤에 차가 오는지 여러 번 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친숙한 공간에서 갑자기 발생한 참사인 만큼 많은 시민들이 한동안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고 짚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현장에 있었던 사람의 트라우마가 가장 크겠지만, 과거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트라우마가 자극될 수 있다”면서 “사고 당시 영상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불안감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