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연계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한 이후 홍콩과 영국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현물 ETF를 허용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가상자산 연계 상품을 도입했을 때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은 ‘해외의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고찰’ 보고서를 통해 현재 시점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를 허용하면 ▲국내 자금이 자본시장에서 가상자산 시장으로 급격히 유출 ▲가상자산 시세 하락 시에 금융시장 간 연계 위험 상승 ▲적절한 투자자 보호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투자자 신뢰 문제 발생 등의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고찰 보고서 / 출처=한국금융연구원
미국·홍콩·영국의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
미국의 영향으로 홍콩과 영국도 가상자산 현물 ETF를 승인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4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를 모두 허용했다. 이더리움 현물 ETF의 경우 세계 최초다. 홍콩은 이미 2022년 12월 비트코인, 이더리움 선물 ETF를 승인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라이선스를 도입하고 가상자산 관련 금융상품 및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도 시행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홍콩은 가상자산 친화 성향이 강하다”라며 “아시아 가상자산 시장의 중심이 되기 위한 강한 의지를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지난 5월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했다. 단 대상을 기관 투자자로 제한했다. 영국은 기초자산 평가에 대한 신뢰할 만한 기준의 부재, 높은 가격 변동성, 투자자 이해도 등을 이유로 2021년 1월부터 개인 투자자 대상 가상자산 관련 상품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대부분의 국가가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가상자산 투자는 허용하고 있다”라며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은 제도권 밖에 있던 가상자산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제도권의 규제와 투자자 보호 등이 적용된다는 데 의의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미국, 홍콩, 영국이 가상자산 현물 ETF를 승인했다 / 출처=엔바토엘리먼트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의 득과 실
한국금융연구원은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등 가상자산 연계 상품 발행 및 거래를 허용할 경우 투자자는 제도권 보호를 받을 수 있고 관련 금융 회사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규제당국은 가상자산의 현·선물 가격, 불공정거래 등에 대해 감시하고 투자자를 보호해야 하며, 관련 금융기관은 자본시장에 적용되는 법적 의무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는 가상자산에 대해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회사의 경우 가상자산 연계 상품의 중개, 발행,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이익을 얻고 가상자산 기반 상품 개발과 운용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첫째는 상당한 자본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이동해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국내 자본의 상당 부분이 기업 투자 등 미래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투자 부문에서 가상자산으로 이동하면서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둘째는 시세 하락에 따른 위험성이다. 가상자산 시세 하락 시 금융시장 유동성 및 금융회사 건전성 악화, 금융시장과 규제당국에 대한 신뢰 하락 등으로 인해 금융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 또한 유동성 확보를 위한 전통 자산을 매각하게 되면 전통 자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는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 문제 발생이다. 개인 투자자가 금융시장과 가상자산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가상자산 연계 상품에 투자할 경우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고, 적절한 투자자 보호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급감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국내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 시 득보다 실이 많다고 분석했다 / 출처=엔바토엘리먼트
한국금융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가상자산 연계 상품 도입 시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손해에 관한 충분한 연구와 이해가 필요하다”라며 “현재 시점에서는 득보다는 실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강조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