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8%의 관세를 계속 부과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프랑스는 관세 도입에 발 벗고 나섰지만 독일은 중국에 수출하는 자국산 자동차에 보복 관세가 매겨질 것을 우려해 반대하는 분위기다.
로이터 통신은 EU 회원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공식 여론조사를 토대로 상당수 회원국들이 역내 전기차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엔 공감하면서도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이유로 중국산 전기차 추가 관세 부과에 선뜻 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12일 EU 집행위원회는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산 전기차가 헐값으로 유럽 시장에 덤핑 된다며 오는 4일부터 기존 10% 관세에 최대 38.1%를 추가로 더한 임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BYD·지리·SAIC 같은 중국 기업의 전기차뿐만 아니라 테슬라(미국)·BMW(독일) 등 서방 기업의 중국 생산 모델도 부과 대상이다.
EU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은 관세 부과를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스페인 경제부는 이날 로이터에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입어 동등한 조건으로 경쟁하지 못한다면 유럽은 스스로를 방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체코·그리스·아일랜드·폴란드는 여전히 고심 중이라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이 이날 로이터에 전했다.
독일은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반덤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사실상 관세 부과에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독일 경제부 대변인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에 대해 “원만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대변인도 “무역 장벽을 세우지 말고 글로벌 무역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계속해서 관세를 매길 경우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EU 역내에서 생산된 코냑·돼지고기·자동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17일 EU산 돼지고기에 반덤핑 조사를 개시한 바 있다. EU 자동차 업계도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EU의 관세 부과에 난색을 표했으며, 환경단체들도 전기차 가격 인상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