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대표작 ‘절규’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유명 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대표작 ‘절규’를 1994년 훔쳐 ‘세기의 도둑’으로 불렸던 노르웨이인 팔 엥거(57)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숨졌다.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10대 시절 앞날이 유망한 축구 선수였지만 절도범의 된 그는 이 사건으로 유명세를 얻은 뒤 직접 그린 그림으로 전시회도 열었다.
2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엥거가 몸담았던 노르웨이 오슬로의 유명 축구 클럽 ‘발레렝가 포트발’은 앵거가 3일 전 숨졌다고 밝혔다.
엥거는 경찰력이 대부분 개막식 경호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노렸다. 공범과 ‘절규’가 걸려있는 오슬로 국립미술관의 창문을 깨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절규’를 훔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90초. “보안이 엉망이라 감사하다”는 엽서까지 현장에 남기는 대담함을 보였다. ‘절규’의 가치는 당시에도 최소 5500만 달러(약 770억 원)로 추정됐다.
‘절규’ 도둑 팔 엥거. 팔 엥거 페이스북 캡처
엥거는 몇 주가 지나서야 경찰의 함정 수사에 꼬리를 밟혀 체포됐다. 6년 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앞서 그는 1988년에도 뭉크의 또 다른 그림 ‘사랑과 고통’을 훔쳐 달아나 이미 4년 형을 받고 복역했다. 첫 절도가 발각된 뒤 축구 클럽에서 퇴출됐고 이후 재기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엥거는 두 번째 복역 기간 동안 감옥에서 그림 그리는 법을 배웠다. 2011년 개인전을 열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범죄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2015년 오슬로 미술관에서 그림 17점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