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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승련]트럼프 대항마는 미셸 오바마?

입력 | 2024-07-03 23:18:00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TV토론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지자 여론조사 회사들이 바빠졌다. 바이든 외에 누가 트럼프의 맞상대가 될 수 있는지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인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62)의 부인 미셸(60)이 단연 주목 대상이다.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현직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 등 어떤 정치인도 트럼프에 못 미쳤지만, 미셸은 50%-39%로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서는 걸로 나타났다. “두 번까지만 선출될 수 있다”는 수정헌법 22조에 따라 남편 오바마는 출마가 불가능하다. 미셸을 향해 민주당 지도부의 눈이 반짝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오바마라는 지명도를 고려하더라도 예상 밖 수치였다. 미셸은 “선거에 관심 없다”고 말해왔는데, 그냥 하는 말은 아니다. 그의 X(옛 트위터)를 보면 8년을 백악관에서 함께 보냈던 당시 부통령 바이든 이야기가 없다시피 하다. ‘무당파도 투표하자’는 시민운동 응원 글 정도가 눈에 띈다. 바이든의 모금 파티에 남편은 자주 참석하지만, 미셸은 가지 않았다. 미국의 부부 동반 문화를 감안하면 바이든 선거에 관심을 끊었다는 뜻이다.

▷44세에 영부인이 된 미셸은 백악관 8년 동안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퇴임 시점 호감도 조사 때 남편보다 높은 60%대 후반을 기록했다. 시카고대 병원 부원장 출신으로 청소년 비만 퇴치 운동에 앞장섰고, 변호사 경험을 살려 흑인 여성 아동 인권 신장을 위해 일했다. 절제된 언어로 하는 연설 실력도 인정받았다. 첫 자서전(비커밍·Becoming)은 31개 언어로 번역됐고, 1000만 부 넘게 팔렸다.

▷그가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바이든 사퇴와 본인 결심이 꼭 필요하다. 그런 뒤에도 50개 주에서 약식이나마 경선에서 이겨야 한다. 경제, 복지, 범죄, 국방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 이스라엘과 중동, 한반도 등 대외정책까지 꿰고 있어야 한다. 11월 5일 대선 때까지 4개월. 가난한 흑인 노동자의 딸로 태어나 역경을 이겨냈지만, 지금 삶의 안락함을 떨쳐낼 수 있을까. 그가 쓴 책의 선인세는 800억 원대였다.

▷만약 미셸이 출마한다면 그건 ‘트럼프만은 안 된다’는 민주당의 요구를 물리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모범적 안주인으로 누린 인기는 내려놓아야 한다. 비판이 집중적으로 쏟아질 것이고, 경험 부족에 따른 실수도 잇따를 수 있다. 여론조사 숫자만 믿고 덤빌 수 없는 이유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까지는 출마 강행의 의지가 여전하다. 그렇다면 미셸과 바이든 둘 모두 같은 질문을 붙들고 있을 것이다. 내가 나서면 혹은 내가 양보하면 과연 민주당은 트럼프 재선을 막을 수 있을까. 누구도 답을 모를 그 질문 때문에 민주당 핵심부는 당분간 머리를 싸매고 있게 됐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