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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숲으로 돌아온 폐철길-식물연구원

입력 | 2024-07-04 03:00:00

['그린스완'시대, 숲이 경쟁력이다]
포항 철길숲, 하루 5만명 찾는 지역 명소로
산림연구원 개방 천년숲정원, 산책로 인기



경북 경주시 남산동 경북천년숲정원의 실개천 위에 놓인 외나무다리. 정원 내 최고의 명소로 불리는 이곳은 평일에도 ‘인생사진’을 건지려는 방문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예비 신혼부부들이 즐겨 찾는 웨딩사진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 경북도 제공



“예전에는 한낮에도 걷기 무서웠는데…. 우리가 낸 세금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3일 오후 1시경 경북 포항시 북구 용흥동 철길숲에서 만난 시민 최지인 씨(36·여)가 “폐쇄됐던 철길이 포항의 자랑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포항시 전역은 낮 기온이 33도까지 오르며 무더운 날씨를 보였지만, 철길숲으로 들어서니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느낌까지 들었다. 철길숲은 점심 식사 후 산책을 나온 직장인들과 걷기에 나선 주민들로 가득했다. 어린이들은 폐철로 위에 올라가 균형을 잡는 놀이를 하거나 뛰어다녔다.

경북 지역에 이처럼 도심 속 시민들의 심리적 안정과 건강 관리를 돕는 ‘도시숲’이 곳곳에 펼쳐지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시설이 폐기되거나 문을 닫아 수십 년 동안 시민들이 드나들 수 없었던 공간이 도시숲으로 바뀌면서 ‘시민의 공간’으로 부활하고 있다.

포항 철길숲은 남구 효자동 효자역과 북구 용흥동 옛 포항역을 잇는 폐철길을 활용해 숲과 산책로 등을 조성한 도시 공원이다. 2015년 4월 용흥동에 있던 포항역이 고속철도(KTX) 역사가 신축된 흥해읍으로 옮기면서 시민들의 출입이 금지됐고, 한동안 방치돼 왔다.

이에 포항시는 40여 차례 주민 의견 수렴회를 거친 후 폐철길을 도시숲으로 만들기로 결정했고 2018년 나무와 꽃, 산책로, 자전거길 등을 갖춘 철길숲이 들어섰다. 6년이 지난 현재 철길숲은 평일 평균 3만6000여 명이 방문하고 주말엔 평균 5만1000여 명이 다녀가는 등 시민 휴식처로 자리를 잡았다. 포항에서 열리는 각종 음악회와 전시회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철길숲은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2022년 유엔 등 5개 기관이 공동 주최한 아시아 도시 경관 시상식의 본상도 수상했다.

포항과 가까운 경주에도 특별한 도시숲이 있다. 남산동 경북천년숲정원이 주인공이다. 경북도산림환경연구원 내부에 있는 이 숲은 원래 일반인들이 출입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경북도는 2016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7년 동안 137억 원을 들여 지난해 ‘천년숲정원’을 만들고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특히 천년숲정원의 실개천을 연결하는 외나무다리, 메타세쿼이아와 칠엽수가 나란히 펼쳐진 산책로가 인기가 많다. 경북도 관계자는 “기존에는 연구용 나무를 심어 수종 번식이나 시험 재배를 하던 공간이었다”며 “워낙 베일에 싸인 채 관리되던 곳이어서 도시에 있는 숲인데도 색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항=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