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선 도겟 “재선 포기한 존슨 따라야” 펠로시도 태도 변화… 퇴진론 분출 바이든, 트럼프와 가상대결서 43% 해리스 45%, 미셸 오바마는 50%
바이든, 폭염대책 주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2일 워싱턴의 ‘비상대응센터’를 방문해 최근 미 곳곳을 강타한 폭염에 대비할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그가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토론에서 참패한 후 집권 민주당 내에서는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를 정중하게 촉구한다.”
미국 민주당의 로이드 도겟 하원의원(텍사스)이 2일 민주당 현역 의원 중 최초로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달 27일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토론에서 완패한 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비공식적으로 나오던 퇴진 요구가 공개적으로 떠오른 것이다. 게다가 그간 바이든 대통령을 두둔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태도도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선 “정계 입문 의사가 없다”고 강경하게 밝혀온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까지 대안 후보로 재차 거론되고 있다. 바이든 캠프 측은 교체론이 가라앉길 기대하고 있지만, 민주당 안팎에서 감지되는 위기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 “존슨처럼 백의종군” 첫 퇴진 요구
존슨 전 대통령은 존 F 케네디 행정부의 부통령이었지만,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뒤 1963년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한 해 뒤 대선에서 압승했지만 1968년 대선을 앞두고 베트남전 반대 여론, 경기 악화 등이 겹치며 지지율이 급락했다. 결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초반에 사퇴했다. 존슨 전 대통령의 상황이 바이든 대통령과 다를 게 없다는 게 도겟 의원의 시각이다.
도겟 의원만 회의적인 게 아니다. 로이터통신은 “민주당 하원의원 25명도 향후 바이든 대통령이 또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후보 사퇴를 요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군’으로 꼽혔던 정계 거물들마저 고심이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TV토론 직후 지인들에게 “바이든의 재선 가도가 어려워졌다”고 우려했다.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2일 MSNBC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TV토론 때 횡설수설한 것을 두고 “일시적인 사건인지, 아니면 건강 상태 때문인지 묻는 건 타당하다”고 했다. 토론 직후 바이든 대통령을 강력하게 두둔했던 모습과는 달라진 것.
● “바이든만 트럼프 이긴다” 주장도 무색
CNN방송이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지난달 28∼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45%의 지지를 얻었다. 바이든 대통령(43%)보다 높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 다른 ‘잠룡’들의 지지율도 바이든 대통령과 비슷한 40%대로 나타났다.
같은 날 온라인매체 퍽이 공개한 민주당의 비공개 자체 여론조사 결과는 더 심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대안 후보로 꼽히는 네 명 모두에게 뒤졌다. 특히 경합 주 7곳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7곳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리지만, 부티지지 장관은 반대로 모두 이긴다는 결과가 나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