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557억도 갚아줘야할 가능성 악성 임대인, 올 2배로 늘어 664명 계속 늘어나 연말 1000명 넘을 듯 “보증 발급 제한해야 피해 재발 막아”
전세 세입자에게 상습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악성 임대인)에 이름을 올린 사모 씨(62). 사 씨가 전국에 보유한 주택은 총 718채로 전세보증금만 1874억 원에 이른다. HUG가 2017년부터 올해 4월까지 사 씨를 대신해 세입자에게 돌려준 보증금은 196채, 546억 원인데 경매 등으로 회수한 금액은 단 2억 원(3.6%)에 불과하다.
문제는 사 씨가 보유한 주택 중 전세 계약이 끝나지 않은 주택의 보증금이 아직 205채, 557억 원이나 남았다는 점이다. HUG 관계자는 “이미 200번 가까이 사 씨가 떼어먹은 보증금을 돌려준 상황에서 사 씨가 남은 주택 보증금을 제때 돌려줄 거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세입자 다수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악성 임대인’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다주택 악성 임대인이 보유한 주택 중 아직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은 전세보증금 규모만 약 9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입자 피해가 커지는 것은 물론 전세보증보험을 취급하는 HUG의 추가 손실과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
악성 임대인이 보유한 주택 중에는 미확정 주채무가 8730억 원(4427건) 남아 있다. 미확정 주채무는 악성 임대인이 보유한 주택 중 아직 전세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주택이다. 이미 다수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집주인들이기 때문에 만기가 돌아왔을 때 보증사고가 터질 가능성이 크다.
윤 의원은 “현 제도에서는 악성 임대인으로 관리가 된다 해도 언제든 다시 사기를 칠 수 있다”며 “악성 임대인으로 지정된 임대인은 보증 발급을 제한하는 등 보증 발급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세입자들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악성 임대인 요건을 갖추더라도 심의를 거쳐야 해 시일이 걸리는데, 이 과정에서 악성 임대인인지 모르고 전세 계약을 하는 세입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악성 임대인에게 당한 피해자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데 명단 공개는 수개월에 한 번씩만 이뤄지고 있다”며 “악성 임대인으로 지정되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