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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위해 시작해… 43년간 765회 ‘헌혈왕’

입력 | 2024-07-04 03:00:00

진성협씨 “초등 동창위해 처음 헌혈
헌혈은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실천”
헌혈증 대부분 백혈병 환자 등 기부
31년간 노인-장애인 봉사활동도



‘국내 최다 헌혈왕’ 기록을 세운 진성협 씨(가운데)가 2일 제주시 헌혈의집 신제주센터에서 765번째 헌혈을 마친 뒤 밝게 웃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제주도혈액원 제공



“고등학생 때 재생불량성 빈혈을 앓던 친구를 위해 소매를 걷다 보니 어느덧 765번이나 헌혈하게 됐습니다.”

‘국내 최다 헌혈왕’ 기록을 세운 진성협 씨(61)는 3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생각할수록 헌혈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실천인 것 같다”며 웃었다. 제주에 사는 진 씨는 전날(2일) 헌혈의집 신제주센터에서 765번째 헌혈을 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진 씨가 43년 동안 기부한 혈액은 306L에 달한다.

그는 고등학생이던 1981년 초등학교 동창이 재생불량성 빈혈에 걸려 헌혈증서를 모으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처음 헌혈을 했다. 당시 간호사로부터 “투병 생활을 하려면 혈액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2주∼2개월 간격으로 헌혈을 이어갔는데 친구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도 그만두지 않았다. 진 씨는 “의학이 많이 발달했지만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다”며 “수혈이 필요한 환자를 살리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헌혈을 멈출 수 없었다”고 했다.

진 씨는 계속 헌혈하려면 건강해야 한다고 판단해 오름을 자주 오르는 등 건강관리에 힘썼다고 한다. 43년 동안 받은 헌혈증서는 대부분 백혈병 환자 등에게 기부했다. 환자가 헌혈증서를 모아 병원에 내면 수혈 비용 중 본인부담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진 씨가 지금까지 기부한 헌혈증서는 750장에 달한다.

진 씨는 헌혈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993년 ‘나눔적십자봉사회’를 창립해 홀몸노인과 장애인복지시설 등을 찾아 봉사활동을 해왔는데 31년간 봉사활동을 한 시간이 총 3만8000여 시간에 달한다.

진 씨는 “1초의 따끔함과 30분의 투자로 꺼져 가는 생명을 다시 살릴 수 있다”며 “건강한 분들이 더 많이 헌혈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헌혈 정년’까지 헌혈을 더 해서 총 1000회를 채우는 것. 현행 혈액관리법에 따르면 헌혈은 수여자의 건강 등을 고려해 만 69세까지만 할 수 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