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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등 새 방법 협력 기대”

입력 | 2024-07-04 03:00:00

트럼프 재집권시 美상원 군사위원장 유력한 로저 위커
인도태평양 핵공유 협정도 시사





북한과 러시아의 안보조약 체결을 계기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여러 차례 언급해 온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 로저 위커 의원(사진)이 “한국과 인도태평양 안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New way)’에 대해 협력해 나가길 기대한다”며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위커 의원은 2일(현지 시간) 북-러 안보조약 체결 뒤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 응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위커 의원 측은 ‘새로운 방법’이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인도태평양 핵 공유 합의에 대한 모색을 일컫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당선되면 한국과 협력해 전술핵 재배치를 적극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위커 의원은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면 상원 군사위원장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상원 군사위원장은 해외 미군 배치와 주요 국방 예산을 담은 국방수권법(NDAA) 초안을 작성하는 핵심 요직이다.

위커 의원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가능성에 대해선 한반도 미군 주둔을 유지해야 한다며 “한국의 정치적 결의(political resolve)는 21세기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미국이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할 요소”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획기적 강화 기대… 北러 위협 맞서 印太 핵공유를”
[출렁이는 美대선]
트럼프 재집권시 美상원 군사위원장 유력 로저 위커 인터뷰
“美, 21세기 위협대비 軍현대화 필요”… 北러 조약-中핵증강 대응하려면
한반도 기존 확장억제 역부족 인식… 트럼프 재선땐 전술핵 논의 가능성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상원의원이 4월 워싱턴 의회에서 러시아의 반체제 인사 투옥을 비판하는 모습. 그는 북한, 중국, 러시아 등의 위협에 대처하려면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워싱턴=AP 뉴시스 

“한국의 전략적 위상(strategic position)을 높여야 한다. 향후 몇 년 동안 주한미군의 획기적인 강화(substantial fortification)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은 2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위커 의원은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안보 협정을 체결하자 미 의회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인물이다. 최근 한국에서 자체 핵 개발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발언은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TV토론에서 압승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선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한반도에서 핵 억지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기 때문이다.

● “한반도 억지력 약화되지 않아야”

위커 의원은 “한국과 인도태평양 안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들(new ways)’에 대해 협력해 나가길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위커 의원 측은 새로운 방법들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인도태평양 핵 공유 협정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북-러 안보 조약 체결로 인한 북핵 위협 고조, 중국의 급격한 핵무기 증강 등에 한미가 함께 대응하려면 핵우산 등 기존의 확장 억제로는 역부족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위커 의원은 5월 발표한 국방투자계획 ‘21세기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에서도 “미국은 한반도에서 억지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전술핵 재배치 및 인도태평양 핵 공유 협정 체결 등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상원 군사위를 통과한 202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인도태평양 핵 공유 협정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 한국은 미군 현대화의 핵심 파트너

위커 의원뿐 아니라 다른 트럼프 행정부 출신 인사들도 북-러 안보 조약 체결 이후 여러 차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등이 논의될 가능성을 거론해 왔다. 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최근 “북-러 관계가 확실히 한국을 (자체 핵무장의) 방향으로 내몰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도 한 인터뷰에서 “한반도에 전술 핵무기 재배치는 북한을 향한 매우 강력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위커 의원은 올해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상원 군사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2일 현재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차지할 확률이 82%에 이른다”고 내다봤다. 상원 군사위원장은 매년 주요 국방 사업과 예산을 담는 NDAA 초안을 작성하는 등 미 군사 정책을 좌우하는 요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미시시피주 상원의원 4선에 도전하고 있는 위커 의원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의 위협에 맞서 미국의 핵무기 증강과 군사력 강화를 주장하고 있는 위커 의원은 미군 현대화의 핵심 파트너로서도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21세기 위협에 맞서 군을 재건하고 현대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한국 방위산업 기반은 미국이 유지·발전시켜야 하는 요소”라고 밝혔다. 위커 의원은 국방투자계획에서 미국의 국방 예산을 탈(脫)냉전 이전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5% 이상으로 끌어올려 해군 함정을 2035년까지 357척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로저 위커 의원은 누구하원 7선-상원 3선 경력… 대러 선제 핵공격 주장도

로저 위커 미국 상원의원(73)은 1951년 미시시피주의 소도시 폰토톡에서 태어났다. 미시시피주에서 1994년부터 하원 7선, 상원 3선 의원을 지냈고, 2015∼2017년 전국 공화당 상원위원회(NRSC) 의장으로 활동한 공화당 내 주요 인사 중 하나다.

미시시피대 학부(정치학)와 로스쿨을 졸업했고 4년간 미 공군 장교로 복무했다. 안보관은 공화당 의원 중에서도 강경한 편으로 분류된다. 그는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대러) 선제 핵공격과 지상군 파병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발언해 러시아 정부의 반발을 샀다.

최근에는 현재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2.9%를 차지하는 국방예산을 5∼7년 내 5%까지 늘리고 핵무기를 증강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