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째 단식 중인 고범석 교수 “진료 어려울 때까지 환자 볼 것 전공의 복귀, 정부가 한발 양보를” 울산대교수 “휴진 대신 진료 재조정”
2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고범석 교수. 그는 의료공백 사태를 초래한 정부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휴진 대신 단식을 택하고 3일까지 11일째 단식 중이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환자에게 미안해 (휴진 대신) 단식을 택했습니다.”
고범석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2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지난달 23일부터 물, 소금, 커피 외에는 전혀 섭취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교수는 “단식 후 허리둘레가 약 4인치(약 10cm) 줄었지만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다”고도 했다.
단식에는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휴진 대신 차라리 삭발이나 단식을 하라”는 일부 여론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인터넷에서 ‘의사들은 자기 몸이 아까워 삭발도 안 하고 단식도 안 한다’는 댓글을 봤다. 생각해보니 의료공백 사태 후 환자와 전공의, 미화원 등 다들 힘들어하고 있더라”며 고통 분담 차원에서 단식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암 환자들이 ‘암세포가 전신에 퍼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아 며칠이라도 진료일을 앞당겼으면 한다’고 하소연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고 교수는 “단식을 통해 정부의 태도가 바뀔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지금처럼 의대 정원이 대폭 늘면 교육이 불가능하다. 의대 교육 현장이 파국으로 치닫는 걸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공의가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가 한 발짝만 물러서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3일 입장문을 내고 4일부터 예고했던 전면휴진 대신 진료 재조정을 통해 중증, 응급, 희귀 난치성 질환에 대한 진료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4일 주요 수술은 지난주 대비 29% 줄고, 의료공백 사태 전과 비교하면 49% 줄게 된다. 고 교수는 이번 조치에 대해 “전공의 이탈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경우 현장에 남은 교수들이 버티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진료 재조정으로 인한 진료 차질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