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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선수 ‘손동작’에 발칵…외교갈등으로 번져

입력 | 2024-07-04 10:18:00

튀르키예 우익 극단주의 단체 '회색 늑대'의 인사법
민족적 전통이라는 의미를 가진다는 해석도



ⓒ뉴시스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 튀르키예 8강 진출의 주역 메리흐 데미랄(26·알아흘리)이 펼친 세리머니가 외교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AP통신, 영국 더선 등 외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저녁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튀르키예와 오스트리아의 16강전에서 튀르키예 중앙 수비수 메리흐 데미랄은 ‘멀티골’을 기록하며 튀르키예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그런데 논란이 된 것은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선수가 선보인 세리머니 때문이다. 그는 엄지와 검지·중지를 모으고 나머지 두 손가락은 곧게 펴 늑대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손동작을 했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튀르키예 우익 극단주의 단체 ‘회색 늑대’의 인사법이라고 여겨지는 ‘늑대 경례’와 비슷한 동작이다.

‘회색 늑대’는 터키 민족주의운동당(MHP)의 청년 그룹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튀르키예 주류인 튀르크족을 제외한 쿠르드족과 유대인 등 다른 민족을 적으로 규정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집권정의개발당(AKP)과 동맹관계다.

데미랄은 기자회견에서 “세리머니는 튀르키예인으로서 나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라며 “이 세리머니를 보여줄 기회가 더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유럽축구연맹(UEFA)은 이날 데미랄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독일 정치권에서도 데미랄의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은 “튀르키예 우익 극단주의자들의 상징은 우리 경기장에 설 자리가 없다”며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인종주의의 장으로 삼는 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터키계 독일 정치인 셈 외즈데미르 연방 장관도 “데미랄의 손동작은 극우적이며 테러, 파시즘의 상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튀르키예 정치권에서 반박하고 나섰다. 튀르키족은 과거 중앙아시아에서 고난을 겪을 당시 늑대가 나타나 안전한 장소를 알려줬다고 알려져 늑대를 신성하게 여긴다. 민족적 전통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대변인 오메르 셀릭은 “UEFA의 조사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튀르키예 외무부는 독일 대사를 소환해 공식적으로 항의했다. 외무부는 “역사적, 문화적 상징을 사용한 것을 정치적 동기로 조사하고 있다”며 “독일 당국이 데미랄에게 보인 반응에는 외국인 혐오가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