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우익 극단주의 단체 '회색 늑대'의 인사법 민족적 전통이라는 의미를 가진다는 해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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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 튀르키예 8강 진출의 주역 메리흐 데미랄(26·알아흘리)이 펼친 세리머니가 외교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AP통신, 영국 더선 등 외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저녁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튀르키예와 오스트리아의 16강전에서 튀르키예 중앙 수비수 메리흐 데미랄은 ‘멀티골’을 기록하며 튀르키예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그런데 논란이 된 것은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선수가 선보인 세리머니 때문이다. 그는 엄지와 검지·중지를 모으고 나머지 두 손가락은 곧게 펴 늑대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손동작을 했다.
‘회색 늑대’는 터키 민족주의운동당(MHP)의 청년 그룹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튀르키예 주류인 튀르크족을 제외한 쿠르드족과 유대인 등 다른 민족을 적으로 규정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집권정의개발당(AKP)과 동맹관계다.
데미랄은 기자회견에서 “세리머니는 튀르키예인으로서 나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라며 “이 세리머니를 보여줄 기회가 더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유럽축구연맹(UEFA)은 이날 데미랄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독일 정치권에서도 데미랄의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은 “튀르키예 우익 극단주의자들의 상징은 우리 경기장에 설 자리가 없다”며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인종주의의 장으로 삼는 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튀르키예 정치권에서 반박하고 나섰다. 튀르키족은 과거 중앙아시아에서 고난을 겪을 당시 늑대가 나타나 안전한 장소를 알려줬다고 알려져 늑대를 신성하게 여긴다. 민족적 전통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대변인 오메르 셀릭은 “UEFA의 조사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튀르키예 외무부는 독일 대사를 소환해 공식적으로 항의했다. 외무부는 “역사적, 문화적 상징을 사용한 것을 정치적 동기로 조사하고 있다”며 “독일 당국이 데미랄에게 보인 반응에는 외국인 혐오가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