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릴 것이다. 난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다.”
거센 대선 후보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완주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이날 집권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선거운동원, 민주당 소속 주지사 모임 등에서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그럼에도 ‘후보 교체론’은 잦아들지 않는다.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하는 민주당 하원의원이 늘었고, 민주당 ‘큰 손’ 후원자의 이탈도 시작됐다. 건강 이상설은 더 증폭됐다. AP통신은 대통령과 사적으로 만난 20여 명의 인사가 “그가 업무 중에도 인지력 저하 증상을 보인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 잠룡 앞에서 “대선 올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DNC 선거 운동원과의 전화 회의에 참석해 “대선을 완주할 것이고 우리는 승리한다”고 외쳤다. 민주당 지지층에게 보낸 메시지에서도 “나는 출마한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같은 날 오후 민주당 소속 주지사 20여 명과 만난 자리에서도 “선거에 ‘올인’ 하겠다”고 했다. 이 모임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등이 모두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시 대체 후보로 거론되는 ‘잠룡’들 앞에서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셈이다.
뉴섬 주지사는 모임 후 “대통령은 다걸기(올인)했다(He’s all in). 나도 대통령에게 다 걸겠다”고 했다. 휘트머 주지사 또한 “바이든은 우리 후보다. 그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NYT 보도를 두고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직접 사실이 아니라고 확언했다. 절대 사퇴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 “댐이 무너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버티기에 들어가는 모양새지만 하차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 이날 라울 그리핼버 민주당 하원의원(애리조나)이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전날 로이드 도겟 하원의원(텍사스)에 이어 당내 현역 의원으로 두 번째다.
블룸버그는 “대선과 함께 치러질 하원선거에 출마하는 민주당 의원 수십 명이 사퇴를 요구하는 서한을 회람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매체 액시오스 또한 익명의 의원을 인용해 “댐이 붕괴되고 있다(The dam is breaking)”는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을 후원했던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공동창업자도 이날 “트럼프를 이기고 미국의 안전과 번영을 지키려면 바이든이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거액 후원자가 사퇴를 촉구한 것은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스스로 사퇴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퇴장’의 길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액시오스는 “그가 스스로 물러날 수 있는 존엄을 부여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대통령 부인 질 여사, 대통령 여동생 발레리 오언스, 테드 카우프먼 전 델라웨어주 상원의원 등 대통령의 최측근이 사퇴를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