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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왜 여기 있니” 10일 만에 영정안치 ‘아리셀’ 분향소 울음바다

입력 | 2024-07-04 17:42:00

아리셀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열흘이 흐른 4일 경기 화성시청에 로비에 마련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추모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영정과 위패를 들고 추모의식을 치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2024.7.4.뉴스1



“아이고, 아들아 왜 여기 있느냐. 왜 여기 있어….”

4일 오후 3시쯤 경기 화성시청 본관 1층에 마련된 ‘아리셀 화재’ 추모분향소에 희생자 영정과 위패를 든 유가족 40여 명이 일렬로 줄지어 도착했다.

이들은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추모분향소 제단에 희생자 15명의 영정과 20명의 위패를 각각 안치하기 시작했다. 사고 발생 10일 만이다.

다만 나머지 희생자 8명의 영정과 3명의 위패는 아직 안치되지 못했다. 이번 화재사고 사망자는 모두 23명이다.

일부 희생자 유가족이 아직까지 슬픔에 잠겨 연락이 닿지 않거나 신상공개를 꺼리기 때문이라는 게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이하 위원회) 설명이다.

양한웅 대책위 공동대표(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는 “유가족이 모은 돈과 대책위 성금으로 급한 대로 영정·위패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곧이어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 등 종교인들과 함께 하는 추모의식이 치러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유가족은 애써 참아 왔던 눈물을 흘리며 목놓아 울었다. 특히 추모의식이 끝나고 희생자 각각의 영정과 위패 앞에 헌화할 땐 주변이 온통 울음바다로 변했다.

4일 경기 화성시청에 로비에 마련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추모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영정과 위패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2024.7.4.뉴스1

한 유가족은 다신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희생자가 활짝 웃고 있는 영정을 어루만지며 “내 새끼 돌려 달라”고 오열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제단 앞에 엎드린 상태로 한참을 땅을 치며 통곡하다 탈진해 결국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양 공동대표는 “부디 고통과 가난, 아픔 없는 세상에 (희생자를) 모실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기원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20분쯤엔 유가족과 대책위 관계자 등 20여 명이 영정과 위패 설치를 두고 화성시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화성시가 현재 추모분향소는 임시 추모공간인 데다, 추후 공식 합동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라는 점을 내세워 이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유가족과 대책위는 그러나 “미리 화성시와 이야기해 왔는데, 민원인들이 불편해 한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건 비상식적인 처사”라며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1시간여 동안 정명근 화성시장 집무실 앞에 모여 항의 목소리를 내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시 관계자는 “공공청사 내부공간을 공식 분향소로 이용하는 것은 당연히 허가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유가족 의견을 수렴해 더 검토해 보겠다”고 해명했다.

(화성=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