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세계AI대회’ 막올라 ‘AI기술 종착지’ 불린 휴머노이드 로봇… 中, 내년 대량생산 기점으로 잡아 테슬라-MS 등 美빅테크도 대거 참여… 양국 갈등에도 中시장성 높이 산듯
4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막한 세계 인공지능(AI) 대회에 전시된 18개 휴머노이드 로봇을 보기 위해 관람객들이 모여 있다. 중국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자동차 등을 대거 선보이며 ‘AI 산업화 역량’을 과시했다. 미국 테슬라 또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2세대 버전을 처음 공개했다. 상하이=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세계는 개방적이고 차별적이지 않은 인공지능(AI) 개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리창(李强) 중국 총리가 4일(현지 시간) 상하이 세계엑스포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AI대회’ 개막 행사에서 한 말이다. 총리가 되기 전 상하이 공산당 서기를 지냈던 그는 올해로 8년째를 맞는 이 대회에 참석한 중국 최고위층이다. AI, 반도체 등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패권 갈등이 날로 격화하는 와중에 ‘중국 2인자’인 현직 총리가 AI대회를 직접 찾았다는 것은 중국이 미국의 거듭된 규제에도 “자체 AI 개발 역량을 강화해 AI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리창 “AI 개발 차별 없어야”… 美 겨냥
이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022년 10월부터 최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은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중국의 AI 반도체 기술 접근 금지를 주요 의제로 논의하는 것을 주도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 中, AI 응용 산업으로 역전 노려
이날 행사장은 38도를 넘나드는 폭염에도 세계 주요 기업의 AI 분야 관계자,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축구장 7개 규모(5만 ㎡)인 행사장에는 500여 개 기업의 전시관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참가 기업 수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AI 관련 행사”라는 주최 측의 안내가 실감 났다.
행사장 중앙홀에 들어서자 18개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먼저 눈에 띄었다. 이날 처음 공개된 중국 최초의 오픈 소스 휴머노이드 로봇인 ‘칭룽(靑龍)’은 185cm에 82kg으로 건장한 성인 남성을 닮았다. 현장 관계자는 “촉각 센서가 달린 손가락을 이용해 부드러운 빵이나 컵을 자연스럽게 들어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급성장한 ‘대규모언어모델(LLM)’ 분야에서는 오픈AI를 필두로 한 미국 기업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중국은 향후 AI 기술을 주도할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로 반격을 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습득한 정보를 실제 실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AI 기술의 종착지’라고 여긴다.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대량 생산 시점을 내년으로 정했고, 중국 업체들이 새 로봇을 무섭게 쏟아내고 있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은 “최고의 기술력이 아닌 상용화 측면을 고려하면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도 몇 년 뒤 중국이 시장을 잠식하는 ‘제2의 전기차’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테슬라도 2세대 로봇 선보여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2세대를 공개한 전시관. 많은 중국인 관람객이 몰렸다. 상하이=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함께 전시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2세대 버전에 대한 관심도 컸다. 이번에 처음 전시된 2세대 옵티머스는 1세대에 비해 걷는 속도가 30% 빨라졌고, 계란 삶기 등이 가능할 정도로 섬세한 손동작을 갖췄다. 내년 대량 생산을 앞두고 있는데 중국 제품들에 비해 한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하이=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