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I’m not going anywhere).”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거듭된 대선 후보 사퇴 요구를 또 일축했다. 그러나 이날도 실언을 거듭해 불안을 증폭시켰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가 30여 명이 모인 올 4월 민주당 기부자 모임에서도 직접 연설을 하지 못하고 ‘자막기(텔레프롬프터)’를 썼다고 전했다.
대선 경쟁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아예 기정사실화하며 대체 후보로 꼽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는 ‘XX 나쁘다’(fxxxing bad)”는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자신이 해리스 부통령 또한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사진=뉴시스
9~11일에는 워싱턴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주재하며 ‘자유 세계의 지도자’ 이미지도 강조하기로 했다.
하지만 거듭된 실언에 따른 파장은 여전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 방송된 필라델피아 소재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가 흑인 대통령(버락 오바마)과 함께 일한 최초의 부통령이자 최초의 흑인 여성이라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자신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으며, 흑인과 인도계 혼혈인 해리스 부통령을 발탁한 사실을 혼합해 “내가 흑인 여성”이라고 실언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 행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우리 동료(colleagues) 중 한 명”이라고 지칭한 뒤 당황한 듯 잠시 연설을 멈췄다.
그가 3일 민주당 소속 주지사와 가진 회의에서도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다. 당시 의사 출신인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가 건강 상태를 묻자 바이든 대통령은 “건강은 괜찮다. 단지 뇌가 문제”라고 답했다.
이런 실언 증가는 최근 공개 연설과 즉흥 발언을 늘리고 자막기를 사용하지 않는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측이 “바이든은 자막기 없이 연설하지 못한다”고 공격해 자막기 사용을 줄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실언과 건강 이상 우려만 키웠다는 의미다.
● 트럼프 “내가 바이든 쫓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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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해리스 부통령을 ‘잠재적인 새 민주당 도전자’라고 언급했다. 이어 해리스 부통령이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초반에 조기 사퇴한 사실을 거론하며 “형편없다”고 비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