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어 스타머 영국 신임 총리 겸 노동당 대표(가운데)와 유대계인 부인 빅토리아 여사(오른쪽)이 5일(현지 시간) 런던 중심부에서 하루 전 총선 압승을 축하하는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그는 이후 버킹엄궁으로 이동해 찰스 3세 국왕을 알현했고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첫 대국민 연설을 가졌다. 런던=AP 뉴시스
4일(현지 시간)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을 압승으로 이끈 키어 스타머 신임 총리 겸 대표(62)는 귀족 출신 ‘금수저 정치인’이 많은 영국 정계에서 보기 드문 ‘흙수저 정치인’이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 고든 브라운 전 총리 등 노동당 소속 총리들이 대부분 유복하게 자랐지만 그의 부친은 공장 노동자, 모친은 간호사였고 법조인으로 자수성가했다. 리시 수낵 전 총리가 인도의 유명 정보기술(IT) 기업 인포시스의 창업자이며 세계적인 부호인 나라야나 무르티를 장인으로 둔 것과도 대조적이다.
그는 1962년 런던에서 네 자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성인 ‘스타머’는 평범한 편이나 특이한 이름 ‘키어’는 노동당 초대 당수 키어 하디와 같다. 강성 노동당 지지자였던 그의 부모가 하디 당수의 이름을 아들에게 붙였다는 설이 있다.
집안 형편은 매우 어려웠다. 희귀 만성 관절염인 ‘스틸병’을 앓은 그의 모친은 다리를 절단했다. 집에선 종종 전화가 끊겼고 미납 공과금 독촉서가 넘쳐났다. 가족 중 아무도 해외여행을 가보지 못해 파스타조차 생소한 음식으로 여겼다. 10대 시절 일찌감치 노동당에 가입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 사진=게티이미지
같은 해 검찰에 기여한 공로로 왕세자 시절의 찰스 3세 국왕으로부터 기사 작위(경·卿·Sir)를 받았다. 영국 언론들이 ‘키어 스타머 경(Sir Keir Starmer)’으로 표기하는 이유다. 당시 ‘변절자’란 비판도 받았지만 “공직 경험으로 국가와의 협력이 중요함을 배웠다”고 맞섰다.
2015년 런던 내 홀본-세인트판크라스 지역구에서 의원으로 당선됐다. 2020년 당 대표가 됐고 중도 노선을 표방하며 ‘극좌’에 가까웠던 제러미 코빈 전 대표의 노선을 지웠다. 지난해 11월 당시 제1야당 대표 자격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했다.
2007년 유대계 변호사 빅토리아 알렉산더(61)와 결혼해 1남 1녀를 뒀다. 부인의 종교를 존중해 매주 금요일마다 ‘유대교 안식일(샤밧)’ 저녁 식사를 가족과 함께한다.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일하는 알렉산더 씨는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린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