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이나모리 교세라 창업자 강연집 온갖 위기 극복해낸 경영 노하우… 인간의 도리 중시한 철학 돋보여 ◇경영, 이나모리 가즈오 원점을 말하다/이나모리 가즈오 지음·이나모리 라이브러리 등 엮음·양준호 옮김/700쪽·3만9800원·21세기북스
이나모리가 1973년 열린 사내 궐기대회에서 직원들에게 강연하고 있다. 신간은 윤리적 경영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원칙하에 60여 년간 성공적인 기업가의 길을 걸은 이나모리의 경영 철학을 집대성한 강연집이다.
지인에게 빌린 자본금 300만 엔, 직원 28명. 1959년 스물일곱의 이나모리 가즈오가 세운 일본 전자기기 회사 교세라의 시작은 이랬다. 창업 후 17년이 지난 1976년, 40대의 이나모리는 언론사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당시 아무런 기반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경영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했다”고 말했다. “변화무쌍하고 덧없는 것이 사람 마음이지만, 동시에 그것만큼 어떤 역경 가운데에서 큰 의지가 되는 것도 없습니다.” 불과 60여 년 만에 교세라는 시가총액 3조 엔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나모리는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자동차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와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중 한 명이다. 그는 교세라에 이어 1984년 KDDI를 설립해 시총 9조5000억 엔의 회사로 키우고, 2010년 파산에 직면한 일본항공(JAL)의 무보수 회장직을 맡아 2년 8개월 만에 회생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자가 2013년 일본항공(JAL) 이사 퇴임 후 감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1세기북스 제공
그의 윤리관은 기업인은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이 보고 곱씹을 만하다. 방명록에 ‘경천애인(敬天愛人·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한다)’이란 말을 남기던 그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는 “무엇이 인간으로서 올바른가?”를 항상 생각했다고 한다. 소조직이 엄격하게 채산 관리에 임하도록 하는 ‘아메바 경영’은 단순히 보면 회계학 기법이지만, 근저에는 최고경영자의 권한을 내려놓고 각 조직에 모든 것을 맡기는 신뢰의 미덕이 있었다.
그가 오늘날 회자되는 이유는 비단 손대는 것마다 성공한 ‘미다스의 손’이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정의롭고 윤리적인 경영으로 고수익 기업을 이룰 수 있다는 그의 원칙이 통할 때마다 느껴지는 울림이 더 크다. 저성장과 불확실의 시대에 이나모리에게서 지난한 시기를 헤쳐나갈 지혜를 구해보는 건 어떨까.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