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한사람 지키려는 방탄탄핵”… 탄핵대상 검사, 이성윤의원 등 고소 현행법상 검사 신분 보장 위해 탄핵-금고형 이상때만 파면 가능 역대 10명 탄핵 시도… 인용사례 ‘0’
이원석 검찰총장은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출근길에 더불어민주당의 검사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뉴스1
이원석 검찰총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의 수사에 관여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 5일 “오직 한 사람을 지키려는 방탄 탄핵”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곧 검사 탄핵에 대한 조사를 국회법에 의거해 절차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며 검찰을 더욱 압박했다.
● 검찰총장 “권력자 수사한다고 탄핵하나”
이날 이 총장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권력자를 수사하고 재판했다고 해서 그 검사를 탄핵한다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탄핵소추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권리를 방해한 직권남용”이라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도 해당되고 무고에도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는 법률적 견해들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범위에서 벗어난 게 있다면 위법한 부분을 검토하겠다”며 법적 대응도 시사했다.
탄핵소추안에 이름이 오른 검사들도 개별 대응에 나섰다.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는 이날 민주당 이성윤 서영교 의원, 최강욱 전 국회의원,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 등 8명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앞서 민주당은 2일 박 검사 등 4명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로 ‘박 검사가 2019년 1월 8일 울산지검 청사 간부식당에서 술을 마신 후 대기실과 화장실 세면대 등에 대변을 바르는 행위를 해 공용물손상죄를 범했다’고 적시했다. 박 검사는 이것이 허위사실이자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대변 사건은 검찰 출신인 이 의원이 지난달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처음 제기했다.
이날 검찰의 반발에 정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사 탄핵을 두고 검찰총장과 검사들이 마치 천재지변이 일어난 것처럼 격앙돼 반발하고 있다”며 “국회법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역대 검사 탄핵 시도 10명… 인용 사례 없어
우리나라에서 검사에 대한 탄핵 시도는 총 10명에 대해 13차례 있었다. 첫 탄핵소추는 1994년 12월 당시 김도언 검찰총장이 대상이었고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후 김태정 박순용 신승남 전 검찰총장, BBK 의혹을 수사한 최재경 김기동 김홍일 전 검사장 등에 대한 탄핵안도 발의됐지만 모두 시한 만료로 폐기되거나 부결됐다. 지난해 9월에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관련 보복 기소 의혹으로 안동완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사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첫 사례였으나 헌법재판소는 5월 이를 기각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손준성 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검사가 탄핵소추의 대상이 된 것은, 현행법이 검사의 신분을 보장하기 위해 탄핵 또는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파면할 수 있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헌법 제65조는 탄핵 제도를 규정하고, 검찰청법 제37조는 검사의 파면 사유로 탄핵을 들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준사법부’의 성격을 지닌 검찰의 독립성,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반면 장 교수는 “헌법에서 ‘기타 법률이 정하는 사람’이라고 정하고 있기 때문에 검사는 탄핵 대상”이라며 “만약 탄핵 대상이 아니라면 안동완 검사 탄핵심판 당시 헌법재판소가 기각이 아니라 각하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에서는 검사가 탄핵 대상이 아니거나 탄핵된 전례가 없는 곳이 많다. 영국은 검사를 탄핵할 순 있지만 1806년 이래 실제 사례는 없다. 독일은 검사에 대한 탄핵 규정이 없다. 다만 미국은 법적으로 연방공무원인 검사를 탄핵할 수 있고, 실제 1953년 탄핵된 사례가 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