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650석중 412석 차지 압승 총리 취임 스타머 “英 리셋 필요”
英 찰스 3세 만난 스타머 신임 총리 키어 스타머 영국 신임 총리 겸 노동당 대표(왼쪽)가 5일(현지 시간) 런던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과 악수하고 있다. 그는 찰스 3세로부터 정부 구성 요청을 받는 절차를 통해 총리로 취임했다. 노동당은 4일 총선에서 압승해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런던=AP 뉴시스
영국 노동당이 4일(현지 시간)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보수당을 크게 누르고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노동당 소속 최장수 총리인 토니 블레어 전 총리(1997∼2007년 집권)와 유사한 노선을 표방해 ‘제2의 토니 블레어’로 불리는 키어 스타머 신임 총리 겸 노동당 대표(62)가 소득세와 법인세 동결, 아동수당 확대 반대, 국경 경계 강화 등 기존의 좌파 색깔을 지운 ‘우클릭 공약’을 앞세워 중도 표심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보수당은 1834년 창당 후 190년 만에 가장 적은 의석을 얻으며 참패했다. 고물가, 불법 이민자 증가 등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 패배 원인으로 지목된다.
BBC방송 등에 따르면 노동당은 현지 시간 5일 낮 12시(한국 시간 오후 8시) 기준 하원 전체 650석 중 412석을 차지해 제1당을 확정했다. 2019년 총선 때보다 210석 늘었고 과반(326석)도 훌쩍 넘겼다. 보수당은 121석으로 기존 의석(365석)의 3분의 1 수준을 얻는 데 그쳤다. 극우 성향인 영국개혁당은 4석을 확보해 2018년 창당 후 처음으로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노동당, ‘중도실용’으로 민심 잡아… 보수당, 190년만에 최악참패
[英, 14년만에 정권 교체]
스타머, 부자증세 등 좌파공약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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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당, 경제실패 등 무능-부패 문제… “가장 성공적 정당, 이제 잊혀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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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닝가 10번지의 새 주인 키어 스타머 영국 신임 총리 겸 노동당 대표(왼쪽)와 부인 빅토리아 여사가 5일(현지 시간) 총리 관저인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앞에서 손을 흔들며 웃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첫 취임 연설을 갖고 “노동당을 찍지 않은 국민도 섬기겠다”고 강조했다. 런던=AP 뉴시스
영국 조기 총선이 실시된 다음 날인 5일(현지 시간) 오전 키어 스타머 신임 총리 겸 노동당 대표(62)는 노동당이 의석수 과반을 달성하며 승리를 결정짓자 수도 런던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이같이 밝혔다. 14년 전 현 집권당인 보수당에 대패하며 표류했던 노동당이 다수당 자리를 되찾은 건 변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베트 쿠퍼 노동당 의원은 “2019년 선거 때는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몰랐는데, 사람들이 다시 노동당을 신뢰하니 매우 감동적”이라며 감격했다.
● “분열 치유, 중도로 변화”
스타머 총리는 좌우 대립을 넘어 실용을 꾀한 ‘제3의 길’로 10년간 집권한 노동당 소속 토니 블레어 전 총리에게 비견된다. 그는 2020년부터 노동당을 이끌면서 슈퍼 리치 증세와 무상 대학 등록금 같은 좌파 공약을 버리고 중도 노선을 취했다. 안보 분야에선 핵잠수함 4척 건조, 해상 억지력 유지, 효율적인 해상 순찰을 위한 잠수함 업그레이드 등 ‘핵 억지력 3중 잠금’ 국방 정책을 발표하는 등 보수당의 노선에 가까운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분열이 극심했던 노동당도 잘 추슬러 통합했다. 극좌 성향인 제러미 코빈 전 총리와 그 지지자들을 몰아내는 쇄신으로 주목받았다. 로이터통신은 “그(스타머 총리)는 당내의 많은 분열을 치유하고 노동당을 정치적 중도에 더욱 가깝게 이끌었다”고 평했다.
● 보수당 집권 14년간 총리 4명 낙선
참패의 핵심 원인은 경제위기로 꼽힌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11월 11.1%를 찍었고,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7∼9월) ―0.1%, 4분기(10∼12월) ―0.3%로 경제 침체에 빠졌다. 수낵 전 총리 집권기에 지표는 호전됐지만 서민들이 받은 타격은 여전했다. 여론조사기관인 유고브가 5월 말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2010년보다 ‘영국의 사정이 안 좋다’고 답했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수낵 전 총리를 제외한 보수당 집권 14년간의 총리 네 명이 다 낙선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테리사 메이의 지역구는 자유민주당이, 보리스 존슨과 리즈 트러스의 지역구는 노동당이 가져갔다. 보수당의 실정에 유권자들이 호되게 심판한 셈이다. 포린폴리시는 “역사적으로 가장 성공적으로 여겨지던 보수당이 이제 잊혀질 위기”라고 했다.
● “노동당 승리가 아닌 보수당의 패배”
노동당이 잘해서라기보다 보수당이 너무 무능해서 압승했다는 분석도 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선거가 노동당의 승리라기보다는 보수당의 패배였다는 것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새 노동당 의원들은 오래 머물 것이라는 전망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번 투표는 부패하고 무능한 보수당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었다”고 평가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