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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조선소 안전사고 ‘0’ 목표… 대규모 현장 위험 예방 자부심”[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입력 | 2024-07-06 01:40:00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스마트 안전 시장 개척 ‘무스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5년 전부터… 센서-ICT 활용 위험관리시장 예측
크레인 충돌 방지-이동 CCTV 개발
저비용 위해 임대로도 시스템 제공



신성일 무스마 대표이사가 1일 부산 수영구 본사에서 대표적인 스마트 안전설비인 이동형 폐쇄회로(CC)TV와 타워크레인 충돌 방지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안전 설비를 갖추도록 임대 형태로도 제공한다. 부산=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요즘 승용차에는 후진 때 운전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자전거가 갑자기 뒤쪽에 나타나면 긴급하게 정지하는 기능이 있다. 갑작스러운 ‘끽’ 소리와 함께 차가 정지하면 운전자가 놀라기도 하지만 충돌을 피한 걸 알면 가슴을 쓸어내린다. 센서와 제어장치가 탄생시킨 안전장치의 좋은 사례다.

부산 수영구에 있는 무스마는 여러 센서와 통신시스템, 제어장치 등을 활용해 산업 현장의 안전사고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스타트업이다. 건설현장이나 조선소 같은 대형 사업장이 주요 대상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5년 전인 2017년에 설립됐다. 센서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산업 현장 위험을 관리하는 스마트 안전 시장을 일찍 내다본 셈이다. 신성일 무스마 대표이사(40)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다가 창업하게 됐다”며 “자율주행 선박을 연구하면서 얻은 센서와 통신 기술을 활용해 당시 사고가 빈번하던 타워크레인 충돌 방지 시스템을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고 했다.

무스마는 현재 타워크레인 충돌 방지 시스템, 이동형 폐쇄회로(CC)TV를 비롯해 20여 가지 스마트 안전 설비로 산업 현장 안전을 개선 중이다. 넓은 작업장에 설치된 많은 센서와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해 장거리 저전력 무선통신 관련 특허까지 보유하고 있다.

● 타워크레인 충돌 방지

규모가 큰 구조물을 움직이는 곳에서는 타워크레인이 빠지지 않고 설치된다. 타워크레인 여러 대가 동시에 가동되는 대형 사업장이 많다. 서로의 회전 반경이 겹칠 때 자칫하면 충돌 같은 대형 사고가 난다. 크레인이 운반하던 무거운 철 구조물이 떨어져 인명사고가 나고, 크레인 자체가 쓰러지기도 한다.

신 대표가 무스마를 창업한 2017년을 즈음해 타워크레인 사고가 잇달았다. 무스마의 원래 창업 아이템은 산업 현장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이었다. 스마트폰 앱으로 원격지에서 공장의 여러 센서 데이터와 동영상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도구였다. 대우조선해양을 찾았을 때 현장 관리자들이 타워크레인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를 빨리 개발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신 대표는 “당장 요청을 했으니 시장 수요는 확실했고, 창업 자본금이 바닥을 보일 즈음이어서 사업 방향을 생산성보다는 안전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변경했다”고 했다.

밤낮없이 매달려 3개월 만에 타워크레인 충돌 방지 장치를 완성했다. 센서 2개와 통신장비를 설치해 관제실에서 관리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타워크레인의 정확한 좌표와 회전 각도를 측정해 충돌을 예방한다. 타워크레인끼리 가까워지면 경보음을 울리고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통보해 사고를 방지한다.

● 임시 현장 안전도 높이는 이동형 CCTV

무스마 이동형 CCTV. 인공지능(AI) 카메라가 작업자에게 닥치는 위험을 감지해 경고하며 현장 작업 상황을 모니터링한다(위 사진). 무스마 제공 

무스마의 스마트 안전 장비들은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자동화 기술이 결합된 형태다. 화재 및 가스 센서 등이 공사장 곳곳에 설치돼 있고, 저전력 장거리 통신망(LoRa)을 통해 관리를 담당하는 컴퓨터 서버로 관련 데이터가 수집된다. 조선소같이 드넓은 현장에서 제대로 센서들과 통신하려면 장거리 통신이 필요하다. 전자통신연구원(ETRI) 도움을 받아 통신 성능이 개선된 통신 시스템을 개발하고 특허도 받았다. 휴대전화 통신망 롱텀에볼루션(LTE)과도 결합해 동영상같이 수집된 데이터를 AI로 분석하고 사고를 예측한다. 무스마는 특정 사업장에서 필요로 하는 20여 가지 안전장치와 관리 시스템을 함께 공급한다.

건설 현장에서는 현장 상황에 따라 고정형 CCTV 설치가 어려운 곳이 많다. 이런 경우 작업자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가 나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따른 법적 판단에 필요한 증거자료 확보도 어렵게 된다.

무스마는 이동형 CCTV를 개발해 더 쉽게 위험을 관리할 수 있게 했다. 이동형 CCTV는 카메라 삼각대 같은 지지대 위에 노란 박스가 부착된 형태로 전기선이 없는 곳에도 설치가 가능한 배터리 장착식이다. AI 카메라는 작업자가 안전모를 벗는 것을 감지하면 스피커를 통해 ‘모자를 쓰라’고 자동으로 경고한다. 작업자에게 트럭 같은 물체가 안전거리 이내로 가까이 오면 스피커에서 큰 경고음이 나면서 동시에 경광등을 깜빡이며 주의하라고 알린다. 현장과 소통할 일이 있으면 휴대전화 앱을 통해 이동형 CCTV와 소통할 수도 있다.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고 방지는 스마트 안전 장비 개발의 주요 목표가 된다. 땅속 깊은 곳에서 흙을 담아 올리는 클램셸(조개 껍데기처럼 두 부분으로 나뉘어 바닥이 벌어지는 이송용 대형 철제 상자) 협착 방지 시스템도 그렇게 개발됐다. 기존에는 작동자가 아래에 사람이 다니지 않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뒤 클램셸을 내렸다. 자칫 실수라도 하면 클램셸에 사람이 깔려 다치거나 죽는다. 무스마는 상승과 하강 경로에 라이다(LiDAR) 센서 등을 설치해 사고를 예방한다.

건설현장에서는 작업자 낙상 사고가 특히 위험하다. 무스마는 근거리 데이터 통신기술 ‘비콘’을 활용해 작업자가 자신이 차고 있는 안전고리를 안전대에 걸어야 할 위치에서 걸지 않으면 경고음을 내는 장비도 개발했다.

● 창업경진대회 함께 나간 멤버와 창업

신 대표는 영국 서리대에서 전기전자공학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2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해 산업기술연구소에서 자율주행 선박을 비롯한 자동화 시스템을 연구했다. 창업 동기에 대해 “입사 전부터 창업에 대한 꿈이 있었다”며 “내 아이디어로 새로운 일을 만들고 사회에서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창업해야 하는 이유를 아내와 셀 수도 없이 고민했다고도 했다. 당시에 창업 이유와 창업 이후 하고 싶은 일들을 적은 메모에는 크고 작은 이유들이 각각 30가지 넘게 적혀 있었다.

2016년 회사 울타리 밖으로 나와 창업을 준비했다. ‘스타트업 위크엔드 부산’이라는 창업경진대회에서 베스트 비즈니스상을 받으며 비즈니스 모델 등에 대한 기본적인 검증을 받았다. 창업경진대회를 준비하며 팀을 꾸릴 때 공동창업자 진준호 최고기술책임자(CTO·39)를 만났다. 진 CTO는 부산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LG디스플레이 공정관리부에서 일했다. 신 대표는 이후 부산 ‘갈매기 소프트웨어 창업사관학교’에서 기본 창업 교육을 받았고, KAIST에서 기술경영학으로 공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무스마는 사업이 성장해 가는 단계다.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LG에너지솔루션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신 대표는 “해외시장 개척은 국내 대형 건설사의 해외 사업장 위주로 진출한 정도지만 곧 독자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안전에 대한 관심이 더 높은 편인 선진 해외시장에서 아직 스마트 안전 시스템을 제공하는 곳이 드물어 눈여겨보고 있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부터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신 대표는 “더 적은 비용으로 공사장이나 제조업체 안전을 관리할 수 있도록 임대 형태로도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더 적은 비용으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더 매진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안전하려면 비용이 든다. 시간과 정성은 물론이고 돈도 더 든다. 공정은 더뎌질 수 있다. 그 대신 누군가에게 ‘전부’인 사람을 살릴 수 있다.






부산=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