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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트럼프 지지 전 주미 교황청 대사 파문

입력 | 2024-07-06 10:18:00

동성애 용인 정책 펴는 프란치스코 교황 "사탄의 종" 비난
"숨은 권력 집단이 우크라 전쟁 촉발, 러 악마화" 주장



ⓒ뉴시스


바티칸 교황청이 5일(현지시각) 주미 교황청 대사였던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위를 부정하고 1960년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시작된 진보적 개혁에 반대하는 분파의 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파문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비가노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강력히 비판해온 보수주의 인사 중 하나다. 그는 공개적으로 교황을 “가짜 예언자” “사탄의 종”이라고 비난하는 한편 보수파의 음모론을 수용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을 지지해왔다.

비가노 대주교는 파문됐음에도 불구하고 주교 명칭을 유지하지만 미사를 집전하거나 성찬식을 주재할 수 없고 교회 내 공식 직책을 맡을 수 없다.

비가노 대주교는 X에 바티칸 교리국이 보낸 파문 결정문 전문을 게재했다. 결정문은 그가 로마 가톨릭 사제직 박탈 등 추가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내용이다.

결정문은 비가노 대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판하거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혁에 반대한 10여 가지 사례들을 인용했다. 비가노 대주교는 개혁에 대해 최근 “이데올로기적, 신학적, 도덕적, 전례적 암”이라고 비난했었다.

비가노 대주교는 2015년 주미 교황청 대사 시절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성애 용인 메시지를 비판하기 위해 동성애 권리 비판자들을 초대했었다. 당시 바티칸 교황청은 비가노 대주교가 교황청을 매도한다고 비난했었다.

2018년 비가노 대주교는 교황의 사임을 촉구하는 7000 단어의 서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바티칸 당국자들이 미국 추기경의 성희롱을 은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시 아일랜드를 방문중이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들의 성 스캔들에 대해 사과하도록 만든 이 사건은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공개적 선전포고였다.

이후 비가노 대주교는 줄곧 교황청에 맞서면서 서방의 “딥 스테이트(숨은 권력 집단)” 세력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촉발하고 러시아를 악마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비가노 대주교는 지난달 20일 교황청 교리국에 소환됐으나 응하지 않았고 교리국은 지난달 28일까지 답변하지 않으면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비가노 대주교는 자신이 운영하는 재단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자신은 “나를 심판하려는 재판과 재판정의 완결성, 그들을 임명한 사람”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교회의 진보적 변화를 비난하면서 교황이 백신을 지지해 “반 인류범죄를 저질렀다”고 재차 공격했다.

교황청의 파문은 파문 대상자가 교회에 순종하도록 설득하는 수단이다.

가톨릭에서 파문은 매우 드문 처벌이다. 2006년 잠비아 대주교 엠마누엘 밀링고가 문선명 통일교 교주가 주관한 합동결혼식에서 침구사와 결혼했다는 이유로 파문당했다.

1988년에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명령을 거역한 마르셀 르페브르 대주교와 그를 도운 4명의 주교가 파문됐다. 르페브르 대주교가 1991년 사망한 뒤 베네딕트 16세 교황이 복권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