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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인생 2막 시작하는 ‘오뚝이’ 미들블로커 최석기[강홍구의 터치네트]

입력 | 2024-07-06 13:36:00


왼쪽 무릎 수술만 네 번, 몸에는 12개의 구멍이 남았다. 아들 돌잔치를 치른 뒤 일주일 만에 방출 통보를 받은 적도 있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보단 박수를 보내는 쪽에 가까웠지만 늘 최선을 다해 팀이 원하는 역할을 해냈다.

‘오뚝이’ 미들블로커 최석기(38)가 정든 배구코트를 떠난다. 2008년 한국전력(당시 KEPCO)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한 최석기는 대한항공을 거쳐 우리카드에서 16년의 선수 생활 마침표를 찍는다. V리그 통산 380경기에 출전해 1582점, 514블로킹 등의 기록을 남겼다.

최석기는 6일 전화 통화에서 “생각만 해왔던 은퇴가 현실로 다가오니 어안이 벙벙하다.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고 달려왔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우리카드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싶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지난시즌 코트 위는 밟지 못했지만 팀의 주장으로 든든한 선배 역할을 했다. 최석기는 “몸 상태가 좋아서 자신감은 있었지만 기회를 잡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주장 역할에 최선을 다 했다. 외국인 선수들을 달래느라 커피를 얼마나 마셨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최석기의 선수 생활은 늘 기회와의 싸움이었다. 수없이 주전과 교체 선수 자리를 오가며 경쟁을 해야 했다. 최석기는 “시련이 올 때마다 나를 강하고 성숙하게 만든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끊임없이 자기 관리를 하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온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 결과 기준기록상(500블로킹)이라는 훈장도 남길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아들 로하가 코트 위에서 뛰는 선수 시절의 아빠를 기억할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는 게 최석기의 설명이다.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할 후배들에게도 응원을 건넸다. 최석기는 “누구에게나 기회는 오지만 절실함이 없다면 기회를 잡을 수 없다. 내 장점은 무엇인지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냉철하게 스스로를 바라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구인생 1막을 마친 최석기는 이제 지도자라는 제2막을 꿈꾼다. 당장 유소년 지도 등 계획해놓은 일도 많다. 우리카드 시절 전력분석 전문가인 김재헌 코치에게 전력분석 방법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 최석기는 “내적인 부분을 채우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다. 또 다른 모습으로 코트 위에서 만날 날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514블로킹을 위해 2899번을 뛰어올랐던 최석기는 그렇게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