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무릎 수술만 네 번, 몸에는 12개의 구멍이 남았다. 아들 돌잔치를 치른 뒤 일주일 만에 방출 통보를 받은 적도 있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보단 박수를 보내는 쪽에 가까웠지만 늘 최선을 다해 팀이 원하는 역할을 해냈다.
최석기는 6일 전화 통화에서 “생각만 해왔던 은퇴가 현실로 다가오니 어안이 벙벙하다.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고 달려왔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우리카드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싶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할 후배들에게도 응원을 건넸다. 최석기는 “누구에게나 기회는 오지만 절실함이 없다면 기회를 잡을 수 없다. 내 장점은 무엇인지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냉철하게 스스로를 바라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구인생 1막을 마친 최석기는 이제 지도자라는 제2막을 꿈꾼다. 당장 유소년 지도 등 계획해놓은 일도 많다. 우리카드 시절 전력분석 전문가인 김재헌 코치에게 전력분석 방법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 최석기는 “내적인 부분을 채우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다. 또 다른 모습으로 코트 위에서 만날 날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514블로킹을 위해 2899번을 뛰어올랐던 최석기는 그렇게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